일지매, 유창혁 9단

by 벽난로

영화 '승부'를 보고 왔었었다.


자 이번 편에서는 영화에 아예 나오지 않은 인물에 대해 끄적대보고자 한다.

영화리뷰를 쓰는데 영화에 안나온 사람에 대해 쓴다니 무슨 경우지 ? 하실텐데 일단 들어보시라.


예전에 한국 바둑계에 '조서이유'란 말이 있었다.

조서이유 ?

무슨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민 이유인가 ? 하시겠지만, 그게 아니라 조서이유. 曺徐李劉.

즉, 90년대 한국바둑계를 주름잡은 4명의 기사를 말한다. 중국과 일본에 의해 살짝 개무시당하던 한국을 바둑최강국으로 만들어준 그 4인방


조 : 조훈현

서 : 서봉수

이 : 이창호


이 3인에다가 마지막 조서이유의 ''는 유창혁 9단이 주인공이다. 별명 일지매..


왠지 가수 문차일드/MC더맥스의 이수를 닮은듯 했던.

닮았나요? ㅎㅎ


그런데 이쁘장(?)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그에 불구, 날리는 무시무시&무지막지한 독수들.....

그리하여 '세계최강의 공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

이와 같은 4인방 "조서이유" 들에게는 90년대를 주름잡았다는 공통점 외에 한가지가 더 있다.


이야기를 풀어드리자면...

영화 승부 첫부분에 조훈현 9단이 큰 트로피를 받았던 부분 기억날거다.

세계 바둑대회 우승장면이었는데, 이 대회 이름이 정확하게는 <응씨배 세계 프로 바둑 선수권 대회>이다.

응창기 씨 (1917~1997)

응창기씨는 대만의 부호이자, 열렬한 바둑애호가로서 1988년 창설한 국제 바둑 기전이다. 4년마다 개최되기 때문에 '바둑 올림픽' 혹은 '바둑 월드컵'이라고도 하며 우승상금은 당시나 지금도 파격적인 약 5억5천만원이며, 전체상금 규모도 약 16억원으로 상금규모도 최대급이다. 제1회 첫 대회가 1988년에 열렸는데 조훈현 9단이 바로 이 1회대회에서 우승한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이 대회는 응창기 씨가 바둑 발전 외에도 중국인들의 우수성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을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장으로 만들려 했듯,

응씨도 바둑을 통해 중화의 우수성을 나타내려고 했었다.


그리하여 국제대회 결승은 통상 양국을 오가며 치른다든지 모종의 배려가 있으나, 이 대회는 5판 모두를 중국내에서 치르려고 했었고.. (1,2,3 국은 중국에서 치루었고, 그나마 4,5국은 싱가폴로 바뀜. 근데 싱가폴도 반 중국 아님? ㅎ)


그렇게 중국의 3강,

일본킬러 섭위평 9단, 세계 1위로 불리던 마효춘9단 , 신흥강자 류소광9단들

이 중에서 누가 우승할까? 를 예상하며 열린 1회대회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바둑 변방국 한국의 조훈현 9단이 우승해버린 것이 영화 승부의 첫 장면이란거다.


중국인들의 우수함을 드러내야 하는 잔치에 조훈현 9단이 지대로 고춧가루를 뿌린 셈이다. 내가 우수해야 하는데 왜 니가 우수하지? 그런 전차로 2회대회는 홧김에 없애버리지 않을까 하는 썰까지도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까 말한대로 4년마다 치루어지는 대회.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인 1988년 1회대회로부터 다시 4년이 지나 1992년 제2회 대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해.

참고로 이 대회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중국기사들이 대거 불참하는 가운데 잡초바둑의 상징, 한국의 서봉수 9단이 일본의 오다케 히데오 9단을 물리치고 1회에 이어 연이어 한국기사 우승의 쾌거를 이룬다

많이 보던 그 대형 트로피. 참고로 저 초대형 트로피는 사진 촬영용이고...


실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는 아래 사진의 것

대형트로피 대비해서 많이 귀엽다고 하겠다.


아무튼 개(?)무시했던 한국이 1,2회 대회를 휩쓸고 이윽고 또다시 4년후 벌어진 1996년 제3회 응씨배 대회. 올림픽은 미국 아틀랜타 올림픽이 열린 해.

절치부심하는 중국팀에서는 류샤오광, 차오다위안, 위빈, 마샤오춘, 장원둥9단 등이 출정. 첫 우승을 노리는데...

그래서 3회는 누가 우승했냐고? 중국팀이 했냐고?


거두절미하고 아래 촬영용 대형트로피를 누가 들었는지 보시면 된다.


한국의 유창혁 9단이 3회 우승자였다 !!


8강전에서 최강 이창호9단을 물리치고 올라간 유9단.


(당시 기사 : 일지매 유창혁이 적토마 이창호의 발목을 묶다 !! )


8강 승리.


그리고 이어진 4강에서 대만의 임해봉 9단을 물리치고

상대였던 린하이펑(임해봉)의 이름 한자인 林海峰을 따서 숲(林)을 지나 바다(海)를 건너 산(峰)을 넘어갔다는 헤드라인이 재밌다.



그리고 결승에서는 일본의 한국킬러 요다9단을 연파하고 우승하게 된다

요다는 일본기사인데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는다라. ..

하긴 요다가 워낙 한국킬러로 이름날릴 때니까. 표현하려는 바는 이해가 간다.


정리하면

제1회 (1988): 조훈현

제2회 (1992): 서봉수

제3회 (1996): 유창혁


1~3회 내리 한국기사 우승한다


그리고 2000년의 4회대회에서는 준비된 우승자 이창호9단까지 차지하고!


조서이유

이들 4대천왕이 응씨배를 1~4회 한번씩 돌아가며 우승하게 되는 그런 공통점이 있다는 말씀이었다.


결국 중국의 첫 우승은 5회대회인 2004년에야 창하오 9단이 이루는데 이때는 이미 응창기씨가 타계한 후라 그분은 끝내 중화 우승을 하늘에서 볼수 밖에 없었다.


조서이유의 한축 유창혁 9단...

조훈현과, 이창호와, 그리고 서봉수와 무수히 합을 겨루던 그.

영화 승부에서는 이창호 9단의 무적 시대에 흠집을 낸 것이 담배끊으며 절치부심한 스승 조훈현이라고 나왔었지만, 실제로 이창호 전관왕을 무너뜨린 것은 일지매 유9단이었었다.


어려서 바둑천재 소리를 듣던 그였는데, 고등학교때 2년간을 가정이유로 바둑을 쉬게 되었고, 정상권으로 도약하던 결혼초기 아내분의 갑작스런 타계로 긴 슬럼프를 겪으며 기재만큼은 조훈현, 이창호를 능가한다는 그였는데 물론 많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었지만,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한국 바둑의 더 큰 최고봉이 되었을것으로 이야기되는 유창혁 9단.

그랬었다면 이번 영화 승부의 주인공은 조훈현ㆍ이창호가 아닌 유창혁이 되었을텐데 ! !


꽃청년에서 꽃중년.


그래서 비록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그였지만, 조훈현을 이야기하고, 이창호를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되는 인물이기에 끄적여 본 것이었다. 지금은 시니어대회 나오시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데 모쪼록 많은 좋은 기보 기대해본다.

-일단 끝-

월, 금 연재
이전 03화서봉수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