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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끼똥 Sep 21. 2022

모든 게 글로 보인다.

안녕하세요. 글린이입니다.

  

  수요일마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한 달에 4번. 아직 2회 차지만 글쓰기 PT를 받는 것 같다. 첫 수업에서 주로 무슨 글을 쓰세요? 란 질문에 생각해보니 동료와 업무를 공유하는 메일뿐인 것 같다. 보는 이들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오래된 습관 때문에 에세이처럼 감정을 넣어 길게 풀어 쓰는 것은 아직 어렵기만하다. 숙제로 해간 내 짧은 글을 읽어보시고는 내 글의 특징을 금세 파악하신 것 같았다.


  수업 중에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란 제목의 백은선 시인의 글을 하나 읽어주셨는데 "나는 돌을 좋아한다"로 시작하여 돌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게 느껴지는 글이었다. 돌 하나로 이렇게 길게 쓸 일이야? 싶다가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흔한 돌멩이 하나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멋지게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을 때는 작가가 돌을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썼구나 였다면 낭독을 듣고, 수업을 듣고 난 후에는 돌멩이를 향한 어찌할 바 모르는 무한한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코끝이 찡긋해지기도 했다. 나도 빨리 멋진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일기를 과제로 받았다. 한 개만 쓰면 되는 건데도 출근을 하면서 운동을 하면서, 또 노래를 들으면서, 주위를 걸어 다니면서도 어떤 주제를 쓰면 좋을지 계속 머릿속이 가득 찼다. 모든 게 글로 보이기 시작했다. 에세이를 써보고 싶어서 그동안 사두었던 글쓰기 책들도 꺼내 다시 읽어보고, 휴대폰을 시도 때도 없이 열어서 생각나는 문장을 계속 써 내려갔다. 회사에서는 옆자리 직원 몰래 모니터에 메모장을 작게 띄워 조그맣게 회사에 대한 글도 써봤다. 주말에는 서점에 가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지금의 나는 표현해낼 수 없는 필력에 감탄하면서도, 질투도 났다.


  글을 쓰는 것도 피아노를 치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거운 무게를 드는 것도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루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듯이 꾸준하게 한다면 몸에 근육이 붙듯이 내 글에도 단단한 감정들이 늘어나겠지.


오늘 그 첫 시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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