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봉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오늘은 하브 에커가 말한 순자산의 4가지 요소(소득, 저축, 투자, 간소화) 중 '소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앞선 글 '20대에 현금 1억을 모았다'에서도 언급했듯이 소득은 근로소득과 비활성 소득(passive income)으로 다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근로소득에 대해 먼저 다뤄볼 예정이다.
흔히 근로소득이라고 하면 회사를 다니면서 받는 월급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자영업을 한다면 사업소득이 곧 근로소득이겠지만 2021년 기준 국내 자영업 비중은 약 20%라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급을 통해 소득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월급은 또다시 다니는 회사에 따라 그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2020년 잡코리아에서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연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평균 4,130만 원, 공기업은 3,810만 원, 중소기업은 2,800만 원이라고 한다. 대기업 대졸 신입 초임이 중소기업에 비해 약 1.5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무조건 대기업을 가야겠다? 아니면 중소기업은 역시 ㅈ소다? 여기서부터 사고의 함정이 일어나는데 바로 '첫 연봉은 마지막 연봉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앞으로 천천히 설명할 테니 끝까지 따라와 주기만 하시라.
때는 바야흐로 2018년 2월, 나는 졸업과 동시에 두바이에 해외취업을 했다. 국내에서 상위권 학교를 다녔고 졸업반이 되자 주변 친구(동기)들은 모두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신기할 정도로 국내 취업에 관심이 없었고 나만의 꿈을 키우며 홀로 열심히 해외취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몇몇 친구들의 취업소식이 들려올 때쯤 나 또한 두바이에 있는 한 호텔에 최종 합격이 되어 취준생 신분을 마감하게 되었다.
당시 동기들이 많이 갔던 회사가 신세계, CJ, 롯데 계열사였는데 모르긴 몰라도 초봉이 최소 3천 중후 반대(2018년 기준)였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필자는 과연 얼마를 받고 연고도 없는 두바이에 취업을 했을까. 두바이는 부유한 국가이니 훨씬 많이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주게 되어 유감스럽지만 나는 한화로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첫 취업을 했다.
물론 나 또한 사람이니만큼 비교적 적은 연봉이 아쉬웠지만 두바이로 가는 편도 항공편과 숙소(기타 공과금 포함), 그리고 직원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었던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첫 해외취업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두바이 취업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돈을 벌면서 커리어도 쌓고 언어 실력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해외취업을 어학연수 대체재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당장의 연봉이 아쉬워 해외취업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돈은 좀 더 벌 수 있었을지 언정 내가 두바이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들의 값어치를 대신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돈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것이 연봉일 경우,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도 하므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본인의 현재 연봉이 최종 연봉을 결정짓지도 않을뿐더러 스스로의 가치에 상응하는 금액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초년생일수록 이러한 초봉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이 어디 들어가서 얼마를 받는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존감이 낮아지기 일쑤이다. 이런 친구들을 위해 현실적으로 한마디를 하자면 첫 입사 시에 초봉이 높아도 국내 연평균 임금 상승률이 5% 내외이기 때문에 한 회사에 계속해서 다닌다고 했을 때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연봉이 생각보다 크게 오르지 않는다. 물론 이 또한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특정 top급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이 정도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실력을 꾸준히 연마한다면 이 결과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나는 대학 졸업 직후 해외취업을 할 때 월급이 200만 원도 안됐지만 최근에 퇴사했던 외국계 대기업에서의 연봉은 국내 일반적인 대기업(삼성, SK, 카카오 등 제외)이나 공기업을 다니는 주변 지인들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이직 직후 친구들과 회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내게 연봉협상은 잘했냐며 묻길래 계약 연봉(기본급)을 오픈했는데 생각보다 높은 금액이었는지 다들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내가 애초에 그 회사를 입사할 수 있었던 건 마카오와 두바이에서 일하며 쌓았던 경력과 외국어(영어, 중국어) 역량 덕분이었다. 실제로 입사 후에 나를 뽑아주셨던 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이 선임은 어렸을 때 유학이나 해외 경험 하나 없었는데도 글로벌한 커리어를 쌓아온 게 되게 인상 깊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좋더라.'라고 하셨다. 그 말은 즉슨 내가 만약 연봉 때문에 두바이에 가지 않았다면 이러한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라는 말처럼 인생을 길게 보고 현재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내다 보면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결과는 창대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3년 만에 연봉을 2배로 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해주시고 나의 여정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