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마트는 매일 9시 문을 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고객들을 맞으며 바쁘게 하루가 흘러간다. 그리고 그 뒤엔 마트노동자들이 있다. 생그럽고 뽀얀 과일들, 방금 딴 듯한 물기 어린 채소들, 그리고 분주히 진열장에 올려지는 새빨간 고기들. 그 익숙한 풍경들을 봐온지 어언 2년이 되었다. 나는 마트 노동자이다. 어릴 때 엄마의 손을 잡고 초코파이 한 박스를 손에 들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며 마트를 돌아다니던 내가, 이제는 그 마트의 하루를 생기있게 만드는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대학에서 스페인어과와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다. 그런 내게 어쩌다 마트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명확히 대답할 수 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라고. 원하던 일을 끝끝내 이루지 못했다고 말하기엔 꿈을 위해 노력했던 치열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유통업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하기엔 내가 좋아했던, 나의 전공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지금 직장은 아무 관심이 없는 분야에 속한다. 그런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항상 꿈꿔오던 외교관, 그리고 두 번째 나의 열정 언론인을 끝끝내 뒤로 하고 온 유통업.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2년의 시간동안 난 깨달았다. 나는 대학 시절, 전공에 꽤 만족했다. 내가 사랑하는 언어(영어든 스페인어든 언어 배우는 걸 좋아했다)와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어 선택했던 정치외교학과. 당연히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심지어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업에 종사하고 있고, 아직도 난 내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처음엔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제 고작 스물아홉살이 아닌가! 인생이 실패했다고 말하기에 나에게 남은 생은 너무도 길다. 그렇기에 실패란 단어를 쉽게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 브런치북에서는 마트에서 일하면서 내가 겪었던 일들, 사람들, 그리고 나의 방황, 또 끝없이 노력하는 내 모습이 보여질 예정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선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다. 그 문장은 내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내가 이렇게 방황하는 이유는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끊임없이 어두운 욕망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한 나를 기록하고 싶다. 모든 경험들에 감사하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방황하며 노력하는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예시로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에선 격한 표현이 나올 수도 있고, 우울한 장면들, 가끔은 배워가는 나의 모습들이 등장할 수 있다. 그 모든 모습이 결국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모두의 모습이기에 내 글이 단 한명의 사람에게라도 공감이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