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요리실력
폴란드의 외식 물가는 비싸다. 마트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저렴한데(사실 이마저도 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외식 물가는 체감상 우리나라보다 비싼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가격 내고 이걸 먹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로 분위기 좋고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일반식당들은 그닥 음식이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특히 파스타는 내가 만드는 게 더 맛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30년 인생에서 요리 한 번 해본 적 없는 내가 요새 요리에 빠졌다. 안해봐서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나는 요리에 감(?)이 있었다. 간을 꽤 잘 맞추고,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어!라는 말이 나올 때도 있었다.
우리 엄마는 처음에 내가 남편따라 폴란드에서 살겠다고 했을 때 많이 걱정하셨다. 티는 안 내셨지만 꽤 걱정하신 것 같다. 요리 한 번 해본 적 없고, 집안일도 잘 모르는 내 딸, 어떻게 하나, 이 마음이 가득하셨다. 그런데 막상 와서 지내다보니, 다 하게 되더라. 이제는 꽤 살림꾼이 됐다. 음식도 잘 해먹고(너무 잘먹어서 살이 쪘다), 빨래, 청소, 살림 등 여러가지를 해내고 있다. 하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내 가정이라 생각하니 더 소중해진다. 폴란드에 와서야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야근하고 오면 어찌나 마음이 안 좋은지, 뭐든 먹이고 싶고, 기운나게 해주고 싶다. 그 뿐이 아니다. 부모님과 살 때는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여기 와서 경험해보니, 그들의 말을 듣는 게 맞았다, 라는 생각도 든다. 부모님은 우리를 위해 눈에 보이는 사랑과 행복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우리가 쉴 수 있게 만들어 주셨음을, 떨어지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저께, 남편이 꽤 분위기 있는 식당으로 나를 데려갔다. 거의 항상 가격에 비해 음식 맛이 별로이다보니, 외식을 꺼리던 나를 눈치채고, 남편은 진짜 맛있는 식당을 몇 군데 안다며, 가격대는 좀 있지만 하나씩 먹어보자고 했다. 이번에 간 식당은 파스타,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었는데, 나는 꽃등심 스테이크를 시켰다. 조금 놀랐다! 폴란드에서 먹었던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아, 이렇게 비싸야 맛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입에서 퍼지는 육즙에 행복감이 올라왔다. 다만, 파스타도 함께 시켰는데, 파스타는 그저 그랬다. 아마 폴란드에서 파스타를 시킬 일은 앞으로 많이 없을 것 같다.
요리를 하다보니,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요리에는 정성과 진심이 들어간다는 것. 남이 해준 음식을 먹을 땐 몰랐지만, 직접 해보니 정말 달랐다. 파스타 하나를 만드는데도 설거지할 것들이 꽤 나왔다. 도마, 파스타 삶는 냄비, 프라이팬. 한 가지 음식을 만드려면 이렇게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다. 폴란드에 살면서 경험해봐야 아는 것들을 매일 마주치고 있다. 정성이 들어가는 요리,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폴란드인들의 배려, 느리지만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생각보다 힘든 집청소, 각자 다른 이유로 폴란드에서 살게된 어학원 친구들, 마트에서 마주치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여러가지 식재료, 과거에 대한 이들의 태도와 존경심. 그 모든 것들을 나는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 이 곳이 이해가 안될 때도, 그리고 화가 나거나 답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폴란드 사람들의 미소, 어학원 친구들의 수줍은 인사, 요리를 하는 나의 모습,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랑스러운 나의 남편, 그리고 떨어져보니 알게 된 부모님의 사랑. 이 모든 것들도 나의 마음 속을 꽉 채워주고 있다.
늘어나는 나의 요리실력만큼, 나의 마음도 더 풍요로워지길, 조금 더 여유롭고 사랑으로 가득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