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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Sung Nov 18. 2022

환자 보호자가 청각장애자였다.

워우워우...

해가 바뀌고 전공의 순환근무로 병원을 옮긴  3개월.  교수님께서 논문에   환자 자료를 정리해 달라고 하셔서  예전 병원 의국에 들렸다가 나오는 , 병동 복도에서  낯익은  보호자를 마주쳤다. "워우워우" 눈엔 반가움을 한가득 담고, 얼굴 표정으로는  그대로   하는 답답함을 내비치며 연신 "워우워우" 하였다.  양손으로  오른팔을 붙잡고 같이 가자는 시늉을 한다.  언제나 얼굴 가득했던 걱정과 시름은 이제 한결 옅여져 행복감마저 감도는 모습이다. 낯선 모습.   기억 속에는 언제나 울고, 항상 슬퍼하면서 남편의 회복을 간절히 기도하던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병실로 들어섰다.   창가 옆 침대에 등을 세우고 기대어 앉아 본인의 손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음식들을 거의 다 비운 모습.  코엔 산소 줄을 낀 채 쉰 목소리로,  "이번 주 주말에 퇴원하라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환자의 목소리는 오늘 처음 듣는다.  


작년 겨울이었다.  김철수 환자는 폐렴으로 응급실 통해서 입원했다가 경과가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겼다. 입원 후 거의 한 달이 되어갔다.  "s선생 이젠 정말 그만하지.  그동안 s선생이 계속 살리겠다고 해서 이까지 왔지만 이젠 정말 환자에게도 못할 일이야"  중환자실 회진을 돌면서 교수님은 어젯밤에 환자 의식이 돌아왔다는 걸 내가 미쳐 말하기 전에 급하게 말하셨다.  눈을 감고 있던 환자의 눈꺼풀이 약하게 떨린다.  평생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다가 진폐증이 생겨 굳어진 폐에 폐렴이 생긴 후 점점 번져서 호흡 부전에 빠졌다. 의식을 잃은 채 호흡기에 의존해 2주 넘게 간신히 버티다 어젯밤  극적으로 의식이 돌아왔다.   회진은 다음 환자로 바로 넘어갔다.


회진을 마치자마자 바로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철수 씨,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다 나았어요.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요.”  며칠 후 호흡기를 떼고, 이영희 보호자에게 이제 난 순환근무로 다른 병원으로 가지만,  환자는 다음 주에 병실로 갈 수 있을 거라 설명하고 떠났었다.


이영희 보호자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걸 참고 이야기했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제가 고마워요. 정말."


정말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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