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엄마 Dec 08. 2022

바른 초딩생활

쓰레기 처리에 초딩들이 임하는 방법

  일생 중 가장 도덕적으로 사는 시기는 아마도 초등학생 때가 아닐까? 우리 집에 사는 두 명의 초등학생도 요즘 올바른 시민의식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나 선생님들 말을 잘 듣는 편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나름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자부하는데 바른 초딩들한테 많이 가르침을 받고 있다. 같이 걸어가다가 내가 횡단보도를 살짝 이탈해서 건널라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엄마, 무단횡단하시면 안 돼요.'라고 소리치곤 한다.






  어제는 둘째가 요구르트가 너무 맛있다며 예쁘게도 쪽쪽 빨아서 마시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오래 서서 만지작거리길래 뭐하나 궁금해서 물어봤다.


"뭘 그렇게 만지는 거야?"


"아... 뚜껑 뜯어서 분리해서 버리려고요."


"와... 우리 애기 제대로 배웠네."


조그마한 손으로 뚜껑 버리겠다고 조몰락거리는 게 여간 대견하고 이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힘들게 떼어낸 뚜껑은 아까 보니 '비닐 버리는 곳'에 고이 올려져 있었다. 이따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포일 종류는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고 알려줘야겠다.


 



  겨울이라 아무래도 장갑이며 귀마개까지 챙기다 보니 평소보다 살짝 일찍 나갈 준비를 하는데도 등교시간이 약간씩 뒤로 밀리곤 한다. 오늘 등굣길도 평소보다 살짝 늦어서 뛰는 것도 아닌 걷는 것도 아닌 그런 형태로 종종 거리면서 셋이 학교에 가고 있었는데, 가는 길에 점퍼 주머니에 들어있는 장갑을 꺼내다가 그만 주머니 속에서 작은 종이 조각들이 날아서 바닥에 떨어졌다. 조금 전 엘리베이터에서 둘째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여주고 그 껍데기를 주머니에 넣었던 거였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주웠겠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못 본체 하고 지나가니 첫째가 말했다.


엄마, 저거 주우셔야죠.


 

"어... 근데 늦었으니까 우리 그냥 가자."


"안돼요. 줍고 가셔야죠."


"어... 그래. 음... 청소하시는 분들이 이따가 치우시지 않을까?"


"그분들이 못 볼 수도 있잖아요. 엄마가 주우셔야 돼요."


"알았어. 그럼 너네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주울게."


"안 주우실 것 같은데..."


엄마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서도 당돌하게 말하는 녀석 때문에 부끄럽기도 하고 못 믿겠다는 듯한 마지막 말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을 서둘러 학교에 늦지 않게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반창고 껍데기를 집어 들고 집에 와서 버렸다.





  자식들이 제일 무섭다는 어른들의 말을 가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못 느끼고 지나쳤을 법한 나의 잘못된 행동들을 그들에게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건 어쩌면 어른들의 교만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맑은 눈빛과 진정성과 순수함을 통해 묵직한 가르침을 받는 오늘 아침이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휴직을 하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