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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엄마 Dec 14. 2022

눈 온 다음 날 학교가는 길

너희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어젯밤부터 눈이 내리는 걸 보고는 두 녀석 난리가 났다.


"이리 와 봐. 지금 밖에 눈 온다.~"

"정말? 우와~~~ 눈 온다. 눈 온다."

"엄마, 눈 와요. 너무 좋아요."

"눈 오면 눈사람 만들어야지. 내일 눈사람 만들래요."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밖에 눈이 쌓인 걸 보고는 또 들떠서 이야기한다.


"엄마, 얼른 나갈래요."

"온통 눈 세상이에요. 너무 이뻐요."


  평소 같으면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한참을 수다 떨면서 아침을 먹는데, 오늘은 일찍 나간다고 8시도 안돼 밥을 다 먹고는 시키지 않아도 양치도 하고 점퍼까지 챙겨 입었다. 일찌감치 집에서 나와 학교에 걸어가면서 여기저기 쌓여있는 눈을 만지고 밟으며 좋아서 방방 뛰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소리 지르면서 너무 신난단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눈을 몹시 좋아했던 어릴 적 내가 생각났다. 눈만 오면 뛰어나간다고 친구가 '개'라고 부르기도 했고, 학교 앞 고르지 않은 시멘트길에서 어김없이 발 썰매를 타서 친구한테 매번 핀잔을 듣기도 했다. ㅎㅎ 그렇게 눈을 좋아했던 내가 직장 업무가 안전과 무관하지 않아서 눈이 오면 겁부터 나게 바뀌었고, 이젠 나이까지 들어서인지 예전의 눈을 좋아했던 감정이 무뎌졌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얼마 만에 눈을 밟으며 뽀드득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쌓인 눈을 밟을 기회가 몇 년 동안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아무의 간섭 없이'라는 조건이 들어가는 게 맞을 것이다. 일부러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밟으며 뽀드득 소리를 들으니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괜스레 나뭇잎 위에 곱게 쌓여있는 눈을 흔들어 털어보기도 하고, 손으로 한 번 뭉쳐보기도 했다.




  올 겨울 들어서 처음 내린 눈을 보고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마저도 동화되어 행복해졌다. 너희들은 언제까지 지금처럼 눈이 오면 행복해할까? 몇 년 후에는 질퍽해진 눈 때문에 다니기 힘들다고 투덜대는 사춘기 소녀들이 되어있을까? 가능하면 천천히 지금 같은 마음을 잊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훗날 눈이 내린 다음 날 엄마랑 종종 걸어가던 등굣길이 행복했었노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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