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셰프 통해 재탄생한 짝퉁 떡볶이가 주는 교훈
대한민국의 최강 요리사를 뽑는 넷플릭스의 ‘요리계급 전쟁 흑백요리사’가 요즘 한국은 물론, 지구촌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두 가지다.
우선은 이미 명성을 얻은 요리사들(금수저 요리사)과 아직 이름을 날리지 못한 일종의 무명 요리사들(흙수저 요리사)들을 함께 등장시켜(총 1백 명) 토너먼트 방식으로 요리 경쟁을 벌여 진정한 왕중왕 셰프를 뽑는 진행 방식의 신선함 때문이다.
유명과 무명의 혼합이라는 기발한 발상이다.
또한 경쟁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태까지 본 적도 없는,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인 음식 정형을 깬, 기발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퓨전 음식을 등장시킴으로써, 가뜩이나 새로운 먹거리를 좆아 방방곡곡 그 어디라도 찾아가는 요즘 국내외 신세대들의 입맛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신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시청자들의 호기심에 뇌관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아이언 셰프’ 프로그램을 참조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 나름 참신한 시도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성과는 잔잔한 울림이다.
우승을 해 3억 원이라는 거금을 거머쥔 흙수저 출신의 우승자, ’ 나폴리 맛피아(권성준)‘의 양갈비 양심장 창작요리에도 큰 찬사를 보내지만, 재미교포로 이번 경연대회에 참가한 한 중년 요리사로부터 받은 정체성(identity) 울림이 나름 꽤 커서다.
한국말이 서툰 법적으로는 미국인인 에드워드 리, 한국이름으로는 이균인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이균은 1972년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다. 영어가 모국어이지 한국말은 그야말로 떠듬떠듬이다.
미국의 스타 셰프로 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영부인이 윤석렬 대통령 방미 때 에드워드 리를 헤드 셰프로 초빙해서 백악관 만찬을 베푼 것으로도 유명세는 톡톡히 누리고 있는 인물이다.
그 유명 요리사가 무명들과 겨루는 이번 넷플릭스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그 팩트부터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에드워드 리는 위스키 마시는데, 이균은 막걸리 마셔요”
이균 방식으로 재탄생시킨 퓨전 떡볶이와 참외 미나리 막걸리에다 소주를 섞은 토종 칵테일을 함께 만들어 내놓고 심사위원 앞에서 본인이 직접 한 말이다.
정체성에 대한 큰 울림을 캐치하게끔 한 대목이 바로 이 대목이다. “나는 미국인이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라는 절규로 들렸다면 이는 과잉 해석일 까?
떡볶이 떡을 믹서에 갈아서 머랭을 보태 퓌레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응고시켜 떡볶이 떡을 재탄생시키고, 그 위에 고추장 캐러멜을 만들어 소스로 얹은 상상도 못 하는 떡볶이를 탄생시켰다.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여서 한국인답게 이균으로 잠시 정체성을 바꾼 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음식이다.
”한국에서 음식 먹으면 항상 너무 많이 주어서 음식이 너무 많이 나와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어요. 이것을 목격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 그거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었어요) 풍족한 거 사랑(넉넉하게 줌으로써 사랑을 공유하는 거예요), 즉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식이 갖는 장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양이 많아 남은 떡볶이를 재료로 해서 ‘이균방식의 디저트’를 재탄생시켜 보았어요 “
심사위원 들도 ”‘떡볶이 완성도가 높은 디저트’, ‘떡볶이의 그 감성, 특성들을 다 담은 신비한 도전’ “이라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솔직히 이런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떡은 쌀을 갈아서 가루를 만들고 다시 쪄서 덩어리로 만든 건데 일종에 공을 들여 만든 것인데 그걸 다시 삶아 믹서에 갈아 퓌레처럼 만들고 다시 응고해 떡볶이 떡이지만 짝퉁 떡볶이 떡을 만드는 게 뭐 하는 처사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코메리칸 이어서 가능한 발상을 포착한 것이다.
“떡볶이 퓨전화 ”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푸짐한, 넉넉한 음식 인심을 캐치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사실 한국인은 음식에 한이 맺힌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네 조상들은 정말로 먹을 게 없어서 항상 배고팠다. 오죽하면 우리네 대표적인 인사가 ” 진지 드셨어요” 일까?
그래서 남에게 음식 대접 할 때는 이유 불문하고 푸짐한 양을 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게 한국인이다.
에드워드 리는 이번 경연에서 2등을 했는데, 진정한 우승자는 이균이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오늘이 578돌 한글날이라서 한글을 통한 우리의 자부심이 한국인 이라는 정체성으로 리마인드 되어서 그런 걸까?
이유는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울림이 있는 한글날 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