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한식은 옛말, 다른 나라 음식과 콜라보 이루는 자랑스런 한식
타파스라고 하면 스페인 요리에서 간식 역할을 하는 메뉴로, 일종의 애피타이저(appetizer)로 보면 된다.
술과 곁들이는 간단한 안주로, 타파스를 다양하게 시켜서 식사로 대체하기도 한다.
스페인의 전통적인 음식으로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특색을 담은 타파스를 맛보는 게 스페인 사람들의 로망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춘천에 가면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타파스는 감바스 알 아히요가 아닐까 싶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에 마늘과 고추를 넣고 센 불에서 향을 낸 뒤 새우살을 넣어서 만드는 음식이다.
한국인들은 오동통한 새우를 선호하지만, 스페인에서 감바스 알 아히요를 잘한다는 레스토랑 마다는 주로 알새우(작은 새우)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단시간에 조리해 톡톡 씹히는 새우살 맛식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엔살라디야 루사는 러시아 샐러드라는 뜻의 타파스다.
러시아에서 건너온 음식이지만, 스페인 내 타파스 바에 가면 어디에서든 맛볼 수 있는 대중적인 티파스다.
가르반소스 살테아도스 콘 초리소는
마드리드 지역에서 발달된 것으로 병아리콩과 스페인 마른 햄 초리소를 넣고 튀긴 듯 볶아 내는 요리다.
병아리콩을 초리소 햄에 튀겼다는 뜻의 파타스다.
가스파초는 채소와 올리브유가 풍부한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많이 먹는 차가운(냉) 수프다.
굳이 우리네 음식과 비교하자면 오이냉국이겠지만, 맛이나 음식의 색상은 찐 다르다.
주로 토마토와 오이가 사용된다.
갈리시아 지방의 대표적인 것은 문어 타파스다.
‘풀포 아 라 가예가’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그 스페인식 문어 요리다.
우리네에게는 깔라마리라고 해야 더욱 친숙한 오징어 튀김 ‘칼라마레스 프리토스’도 빼놓을 수 없는 타파스다.
하몬 데 베요타 스페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파타스다.
스페인의 국민 음식 인 하몬은 소금에 절여 건조한 돼지다리 햄이다.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카스티야 지역의 아주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의 다리를 건조한 것을 하몬 데 베요타라고 한다.
스페인 음식은 천천히 요리해야 제맛이 나온다. 일종의 슬로 푸드의 메카로 보면 될 것 같다.
칼 솟도 빼놓을 수 없는 파타스다.
카탈루냐 발언으로 대파를 칼솟이라고 부른다.
우리네 대파구이로 보면 될 것 같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두른 대파를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내기만 해도 속대의 녹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식 파타스 바람이 불고 있다.
한식 베이스에 양식, 일식, 프렌치, 이탈리안 스타일을 결합시킨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한식 다이닝 바'가 그 주인공이다.
한식이 지닌 정교한 요리법에 창의력을 녹여 하나의 작품 같은 음식을 탄생시킨다.
한식 고유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한식의 세계로 초대하는 게 특징이다.
초밥·한우 오마카세처럼 셰프에게 모든 걸 맡기는 한식 맡김 차림 식당들도 늘어나며 선택의 폭을 더하고 있다.
신선한 한식과 미지의 세계 음식 간의 콜라보라고나 할까?
오마카세와 타파스를 넘어선 한식 파타스 다이닝 바가 대세인 것이다.
‘퓨전 한식 전채요리 모둠’이라고 나 할 까, 레스토랑마다, 간판 세프들이 개량형 한식 메뉴를 독특하게 개발해 애피타이저 스타일의 소량의 음식을 연이어 내주는 형태의 한식 파타스 세트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서울 한식 맡김 차림 다이닝바로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은 도산공원 어물전청, 압구정 화빙장, 압구정로데오 얼쑤비스트로, 망원동 해진 뒤, 금호동 키친오늘, 압구정 안주방, 효창공원 용문동 엉금집, 남영동 밤피장, 합정 지리, 압구정 코타바이뎐, 도산공원 본태, 서촌 주반, 홍대 윤서울, 도산공원 호족반, 금호동 금남방, 한남동 부토, 성수 서울리안, 성수 사계, 성수 미도림, 연남동 마음, 가로수길 개미집, 문래 채윤희, 도산공원 미아전, 도산공원 규반, 도산공원 묵전, 잠실 뜻한 바, 해방촌 윤주당, 인사동 음음, 경리단길 한국술집 안씨막걸리, 문정동 장별동 등을 꼽는다.
거기에 더해 가로수길 블그레가 대표적인 한식 파타스 레스토랑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작가인 오우너의 사진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업소명이다.
빨강, 파랑, 초록은 빛의 삼원색이다.
사진은 빛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세 가지 색깔의 빛을 적절히 섞으면 우리가 원하는 어떤 색깔의 빛도 만들 수 있다.
빛은 섞을수록 밝아지고 빛의 삼원색을 모두 합하면 흰색이 된다.
헤쳐 모여 컬러의 표본이 바로 이 심원색이다.
블그레는 블루(blue), 초록(green), 레드(red)의 첫 단어를 모아 붙인 이름이다.
적절히 섞으면 다양한 색상이 무궁무진하게 나오는 데서 착안, 새로운 조합을 통해 퓨전 한식 타파스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깊은 샘으로 활용하겠다는 주인장의 깊은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전채 요리들 일명 핑거푸드의 한국 버전 집산지가 바로 이곳인 것 같다.
음식 자체는 ‘앙증맞다’ 그 자체다.
코스별로 나오는 음식의 양이 적어 고객들이 “어! 이게 뭐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코스의 종류가 많아 아무리 소량이라고 해도 하나하나 먹어 가자면, 금방 배가 부른다. 식탐을 우선 적은 양으로 외형상 은 죽이고, 궁극적으로는 포만감을 제공하는 위장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가 블그레에 어울리는 캣츠플레이즈가 아닐까 싶다.
한국식 요리를 글로벌 시대에 맞게 다양하고 창의력 있게 풀어낸 계절의 삼원색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외국의 유명한 세프들이 한국행을 선호한다. 퍽이나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식의 세계화’ 이런 인위적이고 거창한 말 필요 없다.
“스스로 인정받는 고품격 음식 =한식” 부등호 성립을 상상해 본다. 이게 한식의 찐 평가다.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