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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해 Mar 20. 2023

의미 없는 싸움

너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저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저 하라는 대로 하면서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며 그들을 따라갔다.


 

어쩌면 나는 목적지가 없는,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뚜벅뚜벅 길을 걷는 행인들을 따라,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처럼.



그들에게 뒤처지기 싫어 속도를 점점 높인다.

긴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듯 내딛는다.

잽싸게 그들을 앞지르곤 헉헉대는 숨을 달랜다.


쿵쿵대는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온통 화려한 장식들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사내가

내 앞을 휙 지나간다.


'이대로 질 수 없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뒤처질 수는 없다.


다시 그를 앞질렀다.

쫓아오지 못하도록 계속 속도를 올렸다.


'다리야 견뎌라. 조금만 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보니

그 사내는 점점 내 시야에서 작아지고 있었다.


끝없는 경쟁을 하며

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세웠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다.


이제 그만두라는 몸과 마음의 신호에도

오히려 심신을 달랬다.


'안 돼, 여기서 걸음을 늦추면 다시 따라 잡힐 거야.'


몇 분이 흘렀을까?

쫓아오는 이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켰다.

정신을 차린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섰다.


'근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린 거지?'


그때서야 나는 이 경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존심 싸움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게 다 무슨 의미란 말인가?

허탈함에 주저앉아버렸다.



최소한 경쟁을 할 거라면,

먼저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저 남들만 따라다니는 삶이 행복할까?


아니,

오히려 매 순간이 불행해진다.

결국 허탈감에 빠져들 것이다.


그 감정의 늪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닷속처럼 깊다.



전혀 늦지 않았다.

나이가 서른이든, 쉰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사진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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