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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빈 Sep 07. 2023

얘는 가만히 있는데 매력어필이 돼?



학창 시절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내 MBTI가 I였는지 E였는지는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친구가 많은 소위 '인싸'재질의 친구가 매력 있어 보이고 인기도 많다. 그래서 나는 많은 친구를 가진 인싸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외향적인 성격을 만드려고 노력했었다. 매력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치 있는 말주변과 매력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인싸력만 매력인 걸까?


얼마 전에 모임이 있었다. 모임 이끄는 형이 이번 임에 친한 동생을 소개하기 위해 데리고 왔다. 나는 그 동생을 지난번에 따로 만난 적이 있었다. 재미있는 친구였는데 거의 개그맨처럼 하는 말마다 빵빵 터졌다. 나는 나름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됐다. 정말 매력 있는 친구였으니 말이다. 보통 재밌는 드립을 10번 쳤을 때 5번 이상만 성공해도 나름 성공이겠다. 하지만 너무 과한 드립을 잘못 쳤다가는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수도 있고, 너무 빵빵 터트려서 내 존재감이 뭉개져버리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을 했었다. 아무튼 1차에서 술을 마시는데 그 동생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온갖 재미있는 드립들을 빵빵 터트리는 것이다. 정말 분위기를 휘어잡는 느낌이었다. 개그맨들예쁜 신부를 만나 결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도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리고 팩트일 것이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


자리를 옮겨 마지막 술자리로 이동하게 됐다. 그때 나와 함께 택시 타고 집에 가야 하는 친구 놈도 같이 있었다. 그놈은 재미있지는 않아도 나름 무게감 있고 가치관이 확실한 녀석이었다. 그냥 옆에 앉은 사람들과 조곤조곤 대화 하는 듯했는데 나중에 술자리가 끝나고 들어보니 몇몇 모임 사람들이 내 친구에 대해 궁금해한다더라. 조용히 있었던 놈이었으니 더 궁금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오만가지 어그로를 다 끌던 그 꿀잼 동생보다 내 친구 놈이 궁금했던 이유를 뭘까? 아 맞다. 이 놈이 잘 생기기는 했다. 그렇기는 한데 사실 그 자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외모는 멋지고 예뻤다.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친구에 대해 물었다. 친구를 질투(?) 해야 하는 건가? 아무튼 나는 내 친구 녀석이 다른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이유가 궁금했다. 어떤 매력이 돋보이는 걸까?


나는 내 친구를 보고 요즘 TV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최근에는 연애와 결혼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특히 몇몇 이성들이 서로 매력어필을 해서 커플로 연결되는 것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솔로들의 연애세포를 일 깨워준다. 외모가 훤칠하고 예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요즘은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운동까지 열심히 해서 그런지 몸 멋지고 예쁜 사람참 많다. 그 와중이 유독 남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끈다.


워낙 매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매력을 어필하더라. 한 사람에게 꽂히면 그대로 불도저처럼 직진하는 사람, 유머와 재치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리드하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막상 적극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조용히 있던 사람이 사랑을 채가기도 한다.


여러 남자에게 지목을 받은 인기녀가 있었다. 물론 외모가 돋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명확한 모습을 보였다. 그 생각은 정말 멋있었다. 삶에 충실한 사람, 또 여리지만 따뜻하고 연민을 느끼는 사람, 그런 마음으로 함께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더라.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연애에 대한 가치관을 말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외적인 이상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외적인 매력도 중요하지만 외모에 대한 이상형 이야기는 자칫 뻔할 수 있다.


단순히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한 편으로는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원하는 연애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만든다. 사고의 깊이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어떤 연애를 지향하는지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런 사람이 표현에도 탁월하고 과하게 나서지 않아도 조곤조곤 기억에 남는 인상을 심어준다.


내 친구 놈도 그런 놈이었다. 조용한 성격에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놈이지만 연애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이야기를 하는 걸 항상 좋아했다. 닮은 연애관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원하는 것이다. 또 그런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놈은 매력 있는 놈이었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은 그 분위기를 잘 이끄는 사람이다. 꼭 말을 잘하거나 재미있는 사람만이 그런 부류의 사람인 것은 아니다. 조용한 사람하고 내향적인 사람도 그들만의 감성이 있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특별히 나서지는 않더라도 둘이 있을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스스로 얼마나 더 멋진 사람인가를 보여주려 한다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이 멋진 것 같더라. 조용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생각의 깊이가 깊다.

 

매력 있는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그 색깔이 뚜렷하다. 무언가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내적인 이상형은 자기 삶에 충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확실한 색깔을 채워가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은 정말 매력적이다. 자기만의 '갬성'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매력이 뿜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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