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평균적으로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다. 가정을 이루는 삶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지다 보니 남녀불문 필요 이상으로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머릿속엔 결혼에 대한 조건들이 하나씩 쌓여간다. 각자 가진 조건의 패를 맞춰가며 관계를 재단하는 모습은 마치 거래와 같은 느낌을 준다.
결혼에 있어 계산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결혼이 마치 거래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문화가 팽배하지만 사실 결혼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이 있다. 내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주는 만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굉장히 차갑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인간관계의 원칙 중 하나다. 취하는 것이 있다면, 내놓는 것도 있어야 한다.
연애관계도 기브 앤 테이크를 기반으로 한다. 매력적인 외모, 경제적 능력, 안정적인 직업 등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가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그 만한 매력적인 조건이 있어야 한다.
가끔 능력도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여자가 억대 연봉에 잘생기고 서울에 아파트까지 준비해 올 수 있는 남자를 만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당신을 만나겠느냐라고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안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해줄 수 있으면 된다. 외모가 그 능력이 될 수 있다. 혹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내면의 따뜻함, 성숙함, 강인 함 같은 내적인 요소도 매력이 될 수있다. 모든 관계에서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만큼 내어줄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것을 내어줄 수 있는 훌륭한 조건을 갖춘 사람도 있는 반면에, 가진 것에 비해 많은 조건을 원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부동산의 가치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입지가 단단한 집은 오래되어도 수요가 상승해 가격이 오른다. 같은 이치로 나이가 들어도 그에 상응하는 매력을 갖춘 사람은 충분히 수요가 몰려 이성으로서 가치가 오를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그에 맞는 매력이 부족한 사람은 낡은 건물처럼 감가상각을 맞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가치 그 이상의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20대의 젊은 남자는 성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만큼 외적인 매력에 완전히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것이다. 남자는 30대가 되면서 점점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순수한 사람을 선호한다. 특히 사회적 입지가 있는 남자일수록 일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인 능력까지 갖춰진 남자는 연애 관계를 편하게 리드하고, 쉽게 다룰 수 있는 상대를 원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는 건 어쩌면 누구나 같은 일이다. 이때 필요 이상의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어리고 예쁜 여자까지 바란다면 결혼은 점점 멀어진다.
어리고 순수한 여자에게는 말만 잘하는 재밌는 남자여도 어느 정도 매력적으로 느낀다. 물론 잘생긴 얼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재미가 있다. 좋게 말하면 특별히 많은 조건을 고려하지 않아도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30대 전후의 여자들은 보는 눈이 점점 넓어진다.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은 좋은 점이다. 하지만 많은 조건들을 안 보려고 노력해도 자꾸 눈에 보이게 되면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일까. 여러 가지 많은 조건들을 고려하다 보니, 골고루 부족함이 없는 사람을 찾게 된다. 한 가지라도 아쉬운 조건이 보인다면 결혼을 앞두고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부족함도 없으면서, 어릴 적 바라던 잘생기고 멋진 외모의 남자를 바라게 되면 결혼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특히 남초&여초사회같이 이성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생각이 갇히기 더 쉽다. 이성관계에 있어서 이기적이거나, 욕심이 과하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지가 안되기도 한다. 오히려 다양한 이성들과 교류하고, 연애경험이 많은 사람이 자기 객관화가 잘 된다. 그런 사람이 현명한 선택과 집중으로 만족스러운 관계를 잘 만드는 것 같다.
결혼을 잘하려면 어느 정도 조건을 계산해야 되는 것은 맞다. 평범한 사람들이 결혼을 잘하려면 남녀 불문하고 가장 매력이 넘치고, 잘 나갈 때 결혼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 더 욕심을 부리고 싱글의 삶을 즐길 수도 있지만, 결혼을 선택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빨리 결혼하는 게 좋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면 스스로가 가장 매력적일 때 그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은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 결혼은 무모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어려움을 안고, 책임감이 무거워지는 일이다. 그 버거운 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행복은 배가 되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바라는 이 시대의 결혼관이 모두를 더 힘들게 하지 않은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