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월요일부터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회사는 첫 출근길 집 앞으로 밴 콜택시를 불러줬다. 귀여운 카카오 로고가 박힌 최신형 콜밴 택시가 왔다. 한 시간 정도 되는 긴 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했다. 택시비가 얼마인지 나는 알 필요가 없었다. 기사님께 물었다. 혼자 개인택시를 하실 때와 콜밴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기업 전속으로 소속되어 일하실 때 무엇이 더 나으신지 물었다. 후자가 나쁘지 않은데 밴은 일반 택시보다 가격이 비싸서 부담이 되는 것과, 최근 택시비가 올라서 이용자가 줄어서 문제라고 하셨다. 최신의 매끈한 밴의 겉모습과 운전석에 앉은 누군가의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퇴근
어제는 퇴근 후 약속이 있어 집에 늦게 들어왔다. 전철역에서 나와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이미 막차가 끊긴 시간이었다. 이킬로 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인데 집에 빨리 들어가 쉬고 싶어서 택시를 잡아 탔다. 오후 열 시 이후 할증이 붙어 기본요금이 육천사백원이었다. 저녁에 커피빈에서 먹은 녹차라때는 육천구백원이었다. 아버지가 택시기사셨기 때문에, 기사님의 편을 들고자 택시요금이 오른 게 잘 됐다고 말씀드렸다. 기사님은 반대했다. 택시요금이 너무 갑자기 빠르게 올라 손님이 너무 많이 줄었고, 회사 사납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하셨다. 한달에 이백도 겨우 번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그리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하셨지만, 그 설명을 이어가기엔 너무 빨리 집에 도착해버렸다. 내릴 때 낸 요금은 칠천사백원이었다.
은퇴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먹여살린 방법은 택시기사였다. 회사택시 기사로 근무하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이후엔 대출을 받아 개인택시를 마련했다. 우리집 소유의 첫 자가용은 개인택시 간판을 달고 있었다. 대우자동차의 '맵시나'라는 모델이었다. 송천동 마당 구석에 주차된 택시를 늘 깨끗하게 닦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난다. 이후 아버지는 시내버스 기사로 평생을 사셨고, 은퇴 후 몇년 다시 개인택시를 하며 용돈을 버셨다. 아버지의 마지막 택시는 삼성의 'SM5'였고, 택시를 정리하시면서는 캡을 때고 자가용으로 쓰고 계신다.
아버지의 노동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