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면 읽힌다? 6개월 만에 깨진 착각 3가지

내가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은 대부분 틀렸다.

by 미고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 Mark Twain

"우리를 곤란하게 하는 건 몰라서가 아니라, 안다고 믿는 착각이다." 마크 트웨인



우리는 모르는 것 때문에 실패하지 않는다. 나를 곤란하게 만든 건 몰랐던 게 아니라, '확신'이었다. 약 6개월 동안 90여 개의 콘텐츠를 올리면서 깨달았다. 좋아요, 저장, 조회수, 댓글… 데이터를 보면서 깨달았다. 문제는 몰랐던 아니었다.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틀렸다는 거였다.


좋은 글이면 읽힌다고 믿었다. 경험담은 공감받는다고 확신했다. 퀄리티가 좋으면 플랫폼이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글이 아니라 데이터가 진실을 말해주었다. " 확신은 착각이었다." 글쓰기는 감이 아니라 검증이다. 이미 확실하다고 믿는 것도 의심해 봐야 성장한다.


십 년 전의 영광에 갇힌 나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유명 브랜드의 SNS 채널을 운영하고 홍보하는 일이었다. 그때는 인스타그램이 없던 시절이다. 주로 네이버 블로그, 카페, 페이스북을 마케팅 매체로 사용했다. 당시 나는 젊은 감각으로 페이스북 콘텐츠를 잘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브랜드 팀에서도 나에게 페이스북 콘텐츠만 담당해 달라고 제안이 들어올 정도였다.


그때가 벌써 십여 년 전 일이다. 나는 내가 아직도 잘 나가던 마케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냥 아이 사진이나 추억으로 올려놓던 인스타그램, 그마저도 몇 년을 끊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전문가처럼 예쁘고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올리면 얼추 있어 보일 줄 알았다. 예전처럼 포토샵도 할 필요가 없다. 요즘엔 캔바, 미리캔버스로 전문 디자이너의 작품을 내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으니까.


예상과 다른 현실


책을 읽고 그 책 내용에서 좋았던 부분을 정보성 캐러셀(여러 장 슬라이딩하며 넘기며 보는 콘텐츠) 형태로 만들었다. "드라마보다 재밌는 자기 계발서"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100권 이상 읽었던 자기 계발서 중에서 정말 드라마보다 재밌게 읽었던 3권을 책장에서 꺼내는 영상을 깔끔하게 찍어서 짧은 릴스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보기 좋게 꾸민 콘텐츠를 올려놓고 반응을 기다렸다. 초반 10분간 휴대폰만 계속 쳐다봤다. 그러다 거의 없다 싶은 반응이면 기분이 우울해졌다.


성과가 좋았던 콘텐츠들의 공통점


의외로 반응이 좋았던 릴스 콘텐츠가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독서 가능?"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읽는데 머리가 흔들리고 결국 독서를 포기하는 영상이었다. 공유가 8개나 되었다. 아마도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이 있어서 공유가 이뤄진 것 같다.


또 설날 아이에게 세뱃돈을 '갈취'해서 책을 사는 영상은 조회수가 1만이 넘었고 공유가 12개였다. 사실 가장 대박 난 콘텐츠이긴 한데, 문제는 팔로워 수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콘텐츠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내 계정이 육아 계정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책스타그램 콘텐츠라는 콘셉트에 맞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서울국제도서전 관련한 릴스 콘텐츠가 그래도 지금까지 성과가 제일 좋았다. 도서전 가기 전 나만의 참여 목적과 소신 발언, 도서전 현장 스케치, 도서전 다녀와서 사온 책 언박싱 영상. 총 3개의 콘텐츠를 파생시켰다. 시의성에 맞아떨어졌고,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주제였기 때문이지 내 콘텐츠가 좋아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서평단에 지원해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리뷰한 적이 있다. 그때 출판사나 저자로부터 공유가 이뤄지면 좀 더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완전 망한 콘텐츠들의 교훈


완전 망한 콘텐츠들도 많다. 그중 이불 킥하며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새벽에 한강의 《흰》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인데… 나는 그날 꽤 이 모습이 감동적으로 느껴졌었나 보다.

조회수도 별로 나오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놀림거리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또 슬프네…) 삭제하려다가 이런 흑역사도 나중에 레퍼런스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내버려두었다. (정신승리)


6개월간의 데이터가 알려준 진실 세 가지


첫째, 글을 잘 쓸 필요가 없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도, 사람들도 잘 쓴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의성 있고(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지금 이슈), 공감이 가는(나도 저런 적 있는데) 이야기를 하면 된다.

오히려 너무 멋있게, 진지하게, 잘 쓰면 사람들은 거리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글은 굳이 인스타그램에서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힘을 빼는 것이 더 좋다.

멋진 글을 쓸 거라면, 차라리 '멋진 글' 콘셉트를 정하고 글만 올리는 계정이 오히려 인기가 많다. 그런 계정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친근한 옆집 언니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둘째,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자기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개인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고 무시당할 수 있다. '공감'과 같은 맥락이다.

내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다. 한 번은 종합소득세를 내기까지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여러 권 소개했다. 내가 돈을 번 과정을 구구절절 소개하지 않아도 이 콘텐츠는 조용히 저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쓴 내 에세이를 가공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콘텐츠도 있는데, 의외로 이런 글들이 반응이 별로다. 에세이는 브런치에 그냥 쓰는 거다. 사람들은 구구절절한 내 에세이를 인스타그램에서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좋아요는 눌러주지만 남들에게 공유해 주거나 저장해 뒀다가 읽지는 않는다는 거다.


셋째, 결국엔 소통이다

혼자 백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봤자 소용이 없다. 알고리즘을 타지 못하면 자기만족에 그친다.

서평단을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공짜로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가 책을 파는데 내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일이다.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찾아가야 한다. 내가 참 많이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많이 보고 그들과 소통하는 일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사람들의 문제와 갈증을 파악할 수 있다. 그것부터 알아야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답이 나온다.


확신을 의심하는 용기


6개월간의 실험을 통해 깨달은 건, 내가 '확신'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이 틀렸는지였다. 좋은 글이 읽힌다는 확신, 경험담이 공감받는다는 확신, 퀄리티가 인정받는다는 확신. 모두 데이터 앞에서 무너졌다.

이제 나는 확신보다는 검증을, 추측보다는 실험을, 믿음보다는 결과를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있다.


"알고리즘을 타지 못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누구도 보지 않을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같다." - 《스토리 혁명》


이 문장처럼,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정말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있는지, 도움이 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소통할 수 있고, 진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

작가 지망생을 그만두고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길 역시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내가 모른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시작점이다.





이 이야기는 브런치북 [작가지망생을 그만둡니다]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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