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반응이 없어도 쓰는 용기를 가진 사람
처음엔 모든 글이 대박 나길 기대했다.
브런치 첫 글을 올리던 날에도, 나는 진짜 그랬다.
단번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고,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올라올 거라는 기대를 했던 순진한 시절.
거의 글을 올릴 때마다 그런 기대를 했다. 열심히 썼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 줄 거라는 착각.
작가지망생일 때 가장 흔한 착각이 바로 이거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만 쓰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 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계속 글을 썼고, 10명에게조차 반응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소개되는 건 더더욱 그림의 떡이었다. 겨우 1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반응을 받아냈다 싶으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수십, 수백 명에게 공감을 받는 걸 지켜봐야 했다.
인스타그램도 사정은 비슷했다. 나를 팔로우하는 지인들이 가끔 눌러주는 ‘응원’이 전부였다.
반응이 없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내 글이 형편없는 건가, 나에게 자질이 없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육아를 하며 짬짬이 공들여 쓴 글이 조용하게 묻힐 때면, 그 시간이 다 헛되게 느껴졌다.
‘이 시간에 차라리 잠이라도 더 자는 게 나았을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반응이 없다는 건 ‘실패’가 아니었다. 그냥 아직 내 차례가 아니었던 것뿐이었다.
모든 글이 반응이 좋을 순 없다. 당연한 건데, 그땐 그게 안 보였다.
반응 없는 글들을 쓰면서 나는 많은 걸 배웠다. 어떤 소재는 안 먹힌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이 어려워했고,
너무 일기 같은 글은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감정이 과잉된 문장들은 오히려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어떤 톤이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지도 알았다.
너무 가르치려 들면 거부감이 생기고,
너무 무거우면 읽기 힘들고,
너무 가벼우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섞여 있는 산만한 글은 3초 만에 이탈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걸 알게 됐다.
반응 없는 글이야말로 내 글의 ‘결’을 찾아준다는 것.
내가 어떤 글을 쓸 때 편한지,
어떤 이야기에 진심이 담기는지,
어떤 문장이 나다운 문장인지.
그걸 알려준 건 반응 좋았던 글이 아니라, 반응 없었던 수많은 글들이었다.
반응이 좋으면 그냥 기분이 좋을 뿐이다. 왜 좋았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반응이 없으면, 나는 그 글을 다시 읽어봤다.
‘왜 사람들이 안 읽었을까?’
‘어디가 지루했을까?’
‘내가 뭘 놓쳤을까?’
그 질문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반응 없는 글이야말로 실력의 뼈대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스레드를 매일 쓰면서도 비슷한 걸 느꼈다.
짧은 글을 꾸준히 올리는데, 반응이 터지는 글들은 의외의 글들이었다.
길에서 치킨을 뜯는 중년 여성을 본 이야기.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지 말라는 이야기.
평생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 하던 아빠가 어느 날 김장을 했다는 이야기.
가볍게 쓴 일상적인 글들이 오히려 터졌다.
웃긴 사실은, 정작 공들여 쓴 글들은 조용했고, 그냥 지나가는 일상을 툭 적은 글이 사람들에게 더 먹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일상 이야기 뒤에 ‘내 생각 한 스푼’이 들어가 있다는 것.
그 한 스푼이 없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얹히면, 사람들은 잠시 멈추고 함께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5년이 되었다. 중간에 2년 정도 공백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와서도 나는 또다시 반응 없는 글을 쓰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썼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우연히 얻어걸린 글이 하나 나왔다.
“7,300원짜리 김밥” 이야기였다.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 먹으며 느낀 소소한 생각을 적은 글.
이렇게 비싼 김밥을 사람들은 왜 사 먹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글쓰기와 연결시킨 글이었다.
잠깐이었지만 브런치 인기글과 에디터픽에 동시에 올랐다.
한때 내 블로그 방문자 수도 급증했는데, 그 시기 유입 키워드 1위가 ‘7300원짜리 김밥’이었다.(하하)
그때 확실하게 깨달았다. 반응 있는 글 1개 뒤에는 반응 없는 글 100개가 있다는 것을.
그 100개를 쓰지 않았다면 그 1개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에게 ‘잘 쓰려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태도가 있다. 바로, 반응이 없어도 쓰는 용기다.
꾸준히 써야 근육이 생긴다. 반응에 흔들리지 않을 때 비로소 자기 글을 갖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나만의 생각을 들고 계속 알짱거리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어? 쟤는 아직도 쓰고 있네?”
그 성실함과 꾸준함이 결국 인정을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반응 없는 글을 계속 써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