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날 울린 남편의 한마디

대단한 사람만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니까

by 미고

스레드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신규 플랫폼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하루 한 줄이라도 쓰면 좋겠다 싶어서, 매일 글을 쓴 지는 3개월 정도 되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스레드는 나에게 ‘실험실’이자 ‘놀이터’가 되었다.
많은 글을 시도해 보고, 사람들과 속도감 있게 소통하고, 내 생각의 뿌리를 더 깊이 내려보는 곳.


반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는 그런 조각들을 모아두는 일종의 저장소에 가깝다. 스레드에서 흘러넘친 생각의 파편들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생각을 완성한다. 매일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는 곳이 브런치다.


플랫폼마다 쓰는 목적이 달라서인지, 팔로워 증가 속도도 모두 다르다. 그중 가장 빠르게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은 단연 스레드다. 꾸준히 쓰다 보니 함께 읽고, 반응해 주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어느새 3천 명 가까워졌다. 이 숫자가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내 글에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가?’이 깨달음이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방송작가 출신이라는 것도 안다. 교양, 다큐, 드라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 썼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다.

역시 작가라서 그런지…
좋은 글 좀 많이 써주세요…

이런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내 글을 통해 기대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관심이 고마웠다. 하지만 고마움만큼 부담감도 더해졌다.


나는 대단한 작가가 아니다.
사실은, ‘작가’라는 단어를 스스로에게 붙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대단한 작품을 쓴 것도 아니고, 내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대표작도 없다.
문학상 수상자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를 낸 적도 없다.

그저 방송작가로 일했던 경험과, 지금 꾸준히 쓰고 있다는 사실뿐인데 사람들이 나를 ‘작가’라고 부른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괜히 방송작가였다는 얘기를 했던 걸까?
사람들이 나를 너무 고평가 하면 어쩌지?
혹시 실망시키는 건 아닐까?
내가 받아도 되는 칭찬인가?

이 고민을 며칠 동안 혼자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남편에게 조심스레 털어놨다.

“나 아직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이 나를 너무 좋게 보면 부담스러워.”


남편은 늘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바른말만 하는 사고형 인간이기 때문에 나에게 팩폭을 때려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남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게 대단한 거야.”


대단하다는 말이 부담스럽다고 방금 말했는데 대단하다고 한다니.
순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줄 알았다. 이어서 나온 말이 내 머리를 때렸다.

“대단한 사람만 작가가 되는 게 아니란 걸 알려주는 게 대단한 일이야.”


나는 그 순간, 울컥했다.
내가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평범함’을 그는 ‘가치’라고 말해줬다.

사람들이 몰라줘도 쓰는 사람, 반응이 없어도 계속 앉아 있는 사람,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계속 쓰기’를 선택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대단함의 크기가 아니라 ‘지속함의 무게’가 더 중요하다는 걸 남편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너를 대단하다고 말하는 건 네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꾸준히 썼기 때문일 거라고.


남편의 말을 들으며 나는 평범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그 자체로 대단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사람이야말로 다른 평범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

스레드에서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반응을 남기는 이유도, 아마 그런 게 아닐까.


내가 멋진 작품을 써서가 아니라, 나를 ‘작가님’이라 불러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글을 쓰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


그 깨달음이 나를 조금 덜 두렵게 하고,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

결국 남편의 한마디가 나를 다시 책상 앞으로 데려왔다.
그의 말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대단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움츠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대단하지 않아도 계속 쓰면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닿는 문장이 된다는 걸.


그리고 그걸 알게 된 지금, 나는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하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나 같은 사람도 쓰고, 당신도 쓸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은 사람으로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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