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10만 독자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이 연재를 시작했다. 물론 결과는 10만이라는 숫자의 발끝에도 닿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SNS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가,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오래 망설인 끝에 시작한 한 해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00여 명, 브런치 독자 120여 명, 스레드에서 3,600명의 친구를 만났다. 숫자로만 보면 초라할 수 있지만, 그 한 명 한 명이 내 글을 읽어준 사람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감사하다.
부족한 솜씨로 동영상 릴스도 만들어 보고, 낯간지럽지만 유튜브에서도 목소리를 내 보았다. 처음엔 어색했던 카메라 앞에서의 내 모습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는 걸 느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걸 배웠다.
도전하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자신의 사업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자영업자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배우고 실행하는 사람들, 텍스트힙 열풍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매일 읽고 쓰는 사람들. 그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나와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힘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2025년 한 해를 보냈다.
이 연재에서 나는 잘 쓴 글보다, 쓰는 과정에 가까운 글들을 많이 남겼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의 마음, 계속 써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던 순간들, 방송작가로 일했던 시간과 지금의 나 사이에서 느꼈던 거리감, 그리고 여전히 글을 붙잡고 있는 이유들.
때로는 너무 사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솔직한 기록들이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실제로 댓글과 메시지를 통해 “너무 공감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연재를 시작하길 잘했다고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욕심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아 실망한 날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성장 속도와 비교하며 조급해했고, 왜 나만 이렇게 더딘가 싶어 속상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스스로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민망하게 느껴질 만큼 나는 매일 내 실력을 의심했다. 이 말을 할 자격이 내가 있는 걸까, 그런 망설임 속에서 문장들을 억지로 밀어냈다. 발행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도 "이게 맞나?"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연재를 멈추지 않았던 건, 잘 쓰고 싶어서라기보다 그만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멈추는 순간 다시 시작하기 어려울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아도, 만족스럽지 않아도, 일단 쓰고 발행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연재는 작가가 되기 위한 기록이라기보다 쓰는 사람으로 남아 있기 위한 기록에 더 가까웠다.
쓰면서 몇 가지를 배웠다.
글은 확신이 생겨야 쓰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확신에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것. 처음엔 모호했던 생각들이 글로 쓰이는 순간 명료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였고,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었다.
재능보다 중요한 건 결국 끝까지 써보는 태도라는 것. 천재적인 문장을 쓰는 것보다, 꾸준히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재능은 불확실하지만,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겠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나는 이미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SNS를 다시 시작하고, 연재를 시작하고,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나는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이 연재를 통해 작가지망생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지망생의 마음가짐으로 살다가, 진정한 작가로 살기로 다짐했던 것이다. 더 잘 쓰게 되어서도, 더 많이 알게 되어서도 아니다. 다만 더 이상 기다리는 사람으로 나를 소개하고 싶지 않아서다. '지망생'이라는 단어 속에는 "아직은 아니야"라는 유보가 담겨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쓰고 있고, 이미 발행하고 있고, 이미 독자를 만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서툰 채로라도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다. 완성형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 글을 쓰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내년에는 결과를 증명하려 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기록해보려 한다. 잘 쓰는 법이 아니라, 계속 쓰게 만드는 태도에 대해. 흔들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글쓰기에 대해. 글쓰기로 어떻게 나를 성장시키고, 어떻게 삶을 변화시켜 가는지에 대해.
방송작가였던 내가, 육아와 살림으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만난 삶의 변화들을 나누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그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글을 사랑하는 이곳의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도 혹시 스스로 지망생이라 여기고 있다면, 내년엔 새로운 다짐으로 글을 써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새로운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