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습관의 법칙은 사실일까

매일 아침 글을 썼더니 벌어진 일

by 미고

오늘로 68일째다.

스레드에 '글모닝'을 외치며 아침 글쓰기를 시작한 지 꼬박 68일.


어느 순간부터 손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레드 앱을 켜고, "글모닝"이라고 타이핑한다. 오늘 쓸 글감을 떠올리는 과정이 아침에 물을 마시는 일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습관이 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오늘, 나는 그 시간을 이틀 넘겼다. 그리고 확신한다. 글쓰기가 내 일상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글을 직업으로 쓰던 사람이었다. 방송작가 시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마감이 있었고, 원고료가 있었고, 내가 쓴 원고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웹드라마 대본을 쓸 때도,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쓸 때도, 누군가가 보고 검토하는 일이 존재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일이 멈추고, 일이 멈추면 삶이 멈추던 시절이었다.


돈을 내고 글쓰기 수업을 들을 때도,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선생님께 보여줘야 했고, 합평이 있었고, 함께 배우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었다. 책임과 약속이 글을 쓰게 했다.

그런데 그런 외부 장치가 사라지고 나니 글을 쓰는 일이 완전히 달라졌다. 웹소설을 연재했던 시절도 있다. 하루 한 편, 5천 자 내외. 처음엔 비축해 둔 분량으로 버텼지만 글이 바닥나자 매일 써야 한다는 압박이 시작됐다. 독자가 많지 않으면 더 힘들었다. 조회수가 오르지 않으면 동기마저 금세 사라진다. 결국 그 이야기도 끝까지 쓰지 못했다.


이때 알았다. 약속을 한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감도 커지지만, 나 혼자 하는 약속은 너무 쉽게 깨진다는 걸. 나만 설득하면 되니까. '오늘은 애들이 아프니까 못 쓸 수 있어.'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내일 두 배로 쓰면 되겠지.' '한 번쯤 쉬어도 괜찮잖아.' 제안하는 사람도 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나니까 타협은 언제나 1초 만에 이루어진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포기를 설득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나 혼자 쓰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간에 쓰기로. 그것이 스레드였다. 매일 아침 '글모닝' 인사와 함께 짧은 글을 하나 쓴다. 길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오늘 떠오른 생각 한 조각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그날 스레드에 쓴 글들을 모아 블로그에 정리한다. 이것이 내 아침 루틴이 되었다. 다섯 살, 세 살, 두 아이들이 깨기 전,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에 조금이라도 더 써보기 위해 스탠드를 켜고 글을 쓴다. 완벽한 책상, 조용한 공간, 멋진 몰입 환경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처음 며칠은 어색했다. 조회수도 적고, 반응도 없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팔로워도 500명이 채 안 되는 계정이었다. 그런데 10일쯤 지나니 손이 익었다. 30일쯤 지나니 아침에 글을 쓰지 않으면 허전했다. 50일쯤 지나니 전날 밤부터 '내일은 뭘 쓸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68일째인 지금. 글쓰기는 이미 내 아침의 일부가 되었다.


놀라운 건 이 짧은 아침 글쓰기가 하루 전체의 워밍업이 된다는 것이다. 스레드에 글을 올리고 나면 손이 풀리고, 마음이 열리고, 긴 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예전에는 빈 화면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지만, 이제는 이미 한 번 썼으니까 두렵지 않다. 지금은 글 쓰는 일이 대단한 도전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최소 노력의 법칙>이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높은 성과를 거두는 수완가들은 하찮은 상태로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자기에게 부여한 이 기준은 현실적이지도 능률적이지도 않다."


나는 바로 그 '하찮은 시작'을 택했다. 완벽한 글이 아니라 불완전한 문장, 긴 글이 아니라 짧은 글, 많은 독자가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읽어줄 사람. 기준을 낮추자, 매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66일이 지나고 나니,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500명도 안 되던 팔로워가 지금은 2,200명이 넘는다. 확실히 사람들에게 '나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작가 친구가 생겨서 좋아요"라는 DM도 받고,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는 제안도 받는다.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매일 꾸준히 쓴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나를 작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습관의 힘이었다.


과거에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를 보낸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완벽한 작가가 되려 하지 말라고. 일단 코트에 서기만 하라고. 매일 아침 자신의 SNS에 '글모닝'만 외쳐도 충분하다고.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첫 단계라고. 마감이 없어도, 원고료가 없어도, 독자가 많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와의 약속을 '누군가와의 약속처럼' 만들면 된다고. 그리고 66일만 버티면 알게 될 거라고. 습관이 된다는 게 뭔지. 그리고 습관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오늘도 나는 '글모닝'을 외친다. 내일도, 69일째, 습관은 계속된다.


글모닝66.png 매일 글모닝을 외치며 쓴 글들을 블로그에 모아두고 있다https://blog.naver.com/migo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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