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 철학을 톺아보다. No.28 2024.8.25
철학자들의 사유는 어떻게 심화되어 왔는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바탕이 되는 성서뿐만 아니라
문학, 문법학, 수사학, 논리학, 윤리학, 교회법, 시민법, 단테의 신곡을 포함하여
철학의 2대 거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주해의 대상이었다.
주해는 독자가 텍스트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고대 철학을 단순히 바꾸어 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해설서 이상의 기능을 하며
고대 철학자들의 사유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세의 주해자들이 기존 개념을 파헤치면서
원작에 있지 않은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사유 안에서 서술하다 보니
주해자들이 주해를 어떻게 남기느냐에 따라
사실, 추측, 추상 등이 뒤섞여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온 점이 있다.
수많은 책 중에서 초기 주해의 주요 대상은 성서였다.
애초에 그리스도의 사상을 담은 권위 있는 책을 주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서는 중세시대 매우 중요한 주해 대상이었음이 분명하다.
당시 성서에 나오는 창조의 과정과 신과 영혼의 대한 논쟁은
증명할 수도 증명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주해자의 해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생성해 왔다.
그러면서도 본질적인 보편자 즉 이데아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후대 철학자들에게 혹은 실존적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되어 주었다.
7장의 저자 스토 다키는
주해란 자기 자신의 관찰과 경험에 기반하여
자신이 알 수 있었던 모든 개념적 틀을 구사하면서 텍스트를 분석하고
그 가능성을 끌어내는 창조적인 영위라고 하였다.
덧붙여 왜 중세의 사상가들이
처음부터 자신의 사상을 구축하지 않고
책을 주해하는 것에 열의를 불태웠던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오래전 소위 권위 있는 책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번역될 때 주해의 과정을 겪었고
그것을 후대 철학자들이 이어받아 12세기에 활발하게 보편 논쟁을 이어간 것이 아닐까?
나 또한 거인들의 어깨를 빌려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보면서
홀로는 할 수 없었을 철학에 관한 몇 줄을 써 내려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