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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10시간전

40대 백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사람.

누구냐 넌.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본 말.

- 널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


아무 조건 없이 그저 나란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 심지어 내가 백수가 되어 돈벌이를 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


바로 나의 아내이다.

고맙다. 진심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육성으로 들어보았다. 우리 부모조차 나에게 소리 내어 말해주지 않았다. 비슷한 표현조차 하지 않으셨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갓난아기 시절은 모르지만 최소한 기억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그때부터 단연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서로에 대한 듣기 싫은 말.

본인의 인생이 얼마나 비련의 주인공 같은지를 하염없이 쏟아내던 우리 부모님.


-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내가 뭐길래?

타이밍도 뜬금없었다. 그저 똑같은 저녁식사 자리. 갑가지 아내의 입에서 내뱉어진 한 마디.


귀를 의심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정말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라. 뭔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뒤 이어 나온 말.

- 내가 돈을 더 벌고자 하는 이유야.


태어나 처음으로 밥 먹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모님은 나에게 잘하지 못하셨다. 나를 길바닥에 방치한 그 시절의 부모나이가 되어보니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랬는지 대충이나마 짐작이 간다. 모두가 각자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 같다.


짐을 들고 이 친구집, 저 친구집, 고모님 댁을 왔다 갔다 하던 그 시기. 난 부모님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연락이 잘 안 되었으니까. 내가 저분들에게 짐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이해는 한다.

본인의 인생. 본인의 행복. 중요했을 테니까.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아직 아이가 없어 아이에 대한 부모의 심정은 잘은 모르겠다. 대충 미루어 짐작건대 지금 내가 느끼는 아내에 대한 마음정도라 보면 될까.


한편으론 이런 감정을 알게 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아무런 조건 없는 아낌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아내는 장인어른, 장모님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자라왔을 것이다.


이제는 나도 알게 되었다. 이런 감정이구나.

내 가족이 이런 감정 느낄 수 있게 살아가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가 생기면 더욱 깊고 진한 사랑을 전해줄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너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아내가 저 얘기를 했을 때 나의 대답?

어색한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한 없이 밥그릇을 바라보며 던진 나의 한 마디.


- 당신이 무조건 나보다 한 달 더 살아야 해. 그래야 나 죽을 때까지 챙겨주지 ㅋㅋ


미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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