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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Oct 24. 2024

받은 만큼만 해. 일 좀 만들지 마.

가만있어 좀.

XX 씨. 정서불안 같은 거 있어? 다들 쉬고 있는 거 안 보여?
다른 사람들 쉬고 있는데 이러면 다들 불편해한다고.

현재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아내가 주니어시절 동료에게 들었다는 저 말.

혼자서 유난 떤다며 동료들에게 핍박(?)을 받은 적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부산스럽습니다. 그리고 윗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본인보다 윗사람이 없으니 눈치를 봐서 그랬다기보다 성격이 부산스럽고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란 게 밝혀진 셈이네요.


때는 바야흐로 2007년. 아내의 현재의 업종에서 새내기 시절.

다들 쉬는 타임인데도 아내는 무언가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은 잘 신경 쓰지 않는 물건정리를 하기도 하고, 느닷없이 청소를 하기도 합니다.


주위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 복작거리는 아내가 보기 싫은탓이었겠죠. 사실 이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직장생활을 16년을 해본 결과시키지 않은 것을 찾아내어한다면 그것만큼 주변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죠.


참다못한 아내의 동료가 결국 밖으로 불러냈다네요.


XX 씨. 정서불안 같은 거 가졌어? 다들 쉬고 있는 거 안 보여?

아.. 아니 그냥 눈에 보이길래 가만히 있느니 그냥 저거라고 하려고 한 거지..

다른 사람들 쉬고 있는데 이러면 다들 불편해한다고.

......


당시 아내는 대꾸를 하지 못했답니다. 워낙 새내기 시절이기도 했고 동료라지만 그 사람은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다네요. 결국 부산스러웠던 아내는 동료들의 눈치를 봐가며 일이 없는 한가한때면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회사라는 공간에서 저런 사람이 있으면 참으로 피곤하긴 합니다. 저도 그랬고, 제가 16년 간 알고, 보고 지냈던 동료들의 99%는 저와 같았어요. 아주 간혹 1%의 사람들이 일을 만들어서 하기도 하고 예전의 저의 아내처럼 주변에서의 눈총을 받기도 했죠.


저는 솔직히 일을 찾아서 하지는 않는 편이었습니다. 찾아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일이 주어진 탓도 있지만 저 역시도 왜 일을 만들어서 사람피곤하게 하냐, 안 그래도 일 많아 뒤질 거 같은데 따위의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1%의 사람들이 결국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는 거 같기도 합니다. 제 아내와 동료였던 그 사람은 여전히 남 밑에서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지만, 아내는 현재 본인이름을 대표로 걸고 직원들과 함께 개인사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개인에서의 시선이 아닌,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조금 앞서나간다라는 표현을 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잣대로 본다면 남 밑에서 월급받으며 사는 삶에 백프로 만족할 수 있으니까요. 나의것을 하는것과 남의것을 해주는것은 그 스트레스의 질이 다릅니다.


또한, 제가 봐왔던 일을 만들어 주변사람을 피곤하게 하던 사람들도 대부분이 이사를 달거나 팀장을 빨리 달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더군요. 물론, 전부 다는 아닙니다.


저런 성향의 사람들을 착취하는 기업들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하는 사람을 등쳐먹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대부분은 다른 동료들보다는 한 발짝이라도 더 앞서나가긴 했습니다.


얼마 전 다음포털에 이런 기사가 눈에 띄더라고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얼마나 많습니까. 특히나 일이 많음에 오는 스트레스도 그렇지만 사람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는 더 말도 못 하게 심하죠. 사람 하나 잘못 만나면 그야말로 지옥행 열차를 특급으로 타고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개개인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저런 사람들을 비난하면 안 됩니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프리터족으로 살아도 이런 스트레스 없는 인생이 너무 좋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난 그래도 프리터족보다는 스트레스는 더 많이 받고 더 버는 게 좋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16년 간 스트레스 더 받고 더 많이 버는 게 좋다는 사람을 본 기억은 손에 꼽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거라고요? 글쎄요.

이것 역시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후회한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본인의 잣대에서 판단한 기준인 것이죠. 내가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다만, 프리터족으로 살며, 낮은 임금을 받고 스트레스 덜 받는 생활을 하며 남들과 비교하는 삶을 살게 되면 그 또한 지옥이 따로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저의 아내처럼 부산스럽고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또 그에 맞게끔 사회생활을 해 나가면 됩니다.


다만 나의 나댐(?)의 결과를 온전히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만 나대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괜히 가만히 있는 주변사람들 힘들게 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말고요. 아니면, 본인의 나댐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들어 주변사람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잘 되지 않을 겁니다. 장담해요.)


'받는 만큼만 일하고, 조용한 퇴사를 하고 싶다'와

'조금 더 능동적으로 하고 스트레스를 더 받더라도 내 능력의 인정과 그만큼의 보상을 받고 싶다'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바로 사회생활이 아닌가 합니다.


무엇도 정답은 없습니다.

가만히 있고 싶다는 동료를 비난할 필요도 없어요. 본인이 벌인 만큼 본인이 책임지고 수행하고, 본인만 그것에 대해 인정받으면 됩니다.


수년이 지나고 난 뒤의 두 성향을 가진 사람의 미래는 조금은 다를 수 있다는 것만 인지한다면 말이죠.


PS. 이 말도 오해가 생길 수 있겠네요. 미래가 다르다는 표현은 누군 잘 되고, 누군 안 되고 가 아닙니다. 전자 성향의 미래와 후자 성향의 미래가 그저 '다름'이라는 아주 직설적이고 순수한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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