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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Dec 07. 2024

만고의 글

나는 하늘에 떠있는 별이나 우주 같은 과학에는 관심이 없다. 반짝이는 윤슬의 바다, 찬 공기의 산 정상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저 그런 것들 중의 하나로 별을 예쁘게 바라볼 뿐이다. 오늘은 유난히 별이 빛나는 밤이다.


모종의 이유로 내 안에는 몇 주째 폭포가 흐른다. 지금은 그 폭포를 감당치 못해 결국 밤공기 맞으러 나온 길이다. 평소에는 누가 잡아가기라도 할까 어둑한 집 근처 공원은 나만의 출입시간 제한이 있었는데 오늘은 누가 좀 잡아가줬으면 하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나섰다. 다소 간절한 마음으로 암흑의 공원을 어슬렁거린다.


나의 태생을 탓하기엔 내가 후천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지만 분명히 선천적으로 내게 약점이 될 만한 부분도 충분하게 존재하는 듯 하다. 사방이 가로막혀있고 껍데기만 남은 채로 나는 눈만 떠있다. 최근에 영양제 하나를 새로 먹기 시작했는데 그 영양제가 아니었다면 진작 방전됐을텐데 오늘은 하루 건너뛸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눈만 뜬 좀비처럼 공원을 걷는다. 언젠가부터 몸이 고장나기 시작해 뇌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같고, 만성으로 겪던 방광염 마저 이제는 약효가 듣지 않는다. 다방면으로 엉망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출근해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 뿐인데, 퇴사를 생각하다가도 그 일을 처리하며 잊게되는 많은 생각들을 생각하면 퇴사는 멀어져갔다. 오히려 잘 된 일일까. 물론 일 말고는 모든 것이 엉망이긴 하다.


언제쯤 제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위기에 마주할 때마다 정신과를 찾을 수도 없고 이제는 어딘가 의존하는 헹위 자체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다. 정신줄 단단히 붙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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