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발견한 키워드
[루틴의 힘]
루틴의 힘을 안다. 하지만 루틴이 매일 지켜지리라는 법은 없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특히 그렇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지만 ‘선택적 계획형 인간’이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모든 스케줄을 비워둔다. 학원도 잠시 멈추고 오로지 놀고 쉬는 시간을 허락한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공부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방학이 끝나고서야 부랴부랴 준비물을 사고, 서류를 작성하며 정신없이 개학을 맞는다.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도 늘 새롭고 버겁다.
어릴 때는 멀티가 되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 내 뇌의 한쪽은 늘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멀티는커녕 한 가지 일에도 집중하기 벅찬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루틴을 만든다. 때때로 흐트러지고 깨지지만 다시 세운다. 루틴이 있을 때 비로소 하루를 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루틴은 나를 어지럽지 않게 붙잡아주는 손잡이 같다.
[절제의 예술]
절제는 글쓰기를 포함해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 있다.
분노나 슬픔이 차오를 때 글로 쏟아내면, 평소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말들이 줄줄 흘러나온다. 속은 편해지지만, 세상에 공개할 수 없는 글들이 쌓인다. 그래서 절제가 필요하다.
갖고 싶은 것,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것들 앞에서도 절제는 쉽지 않다. 스트레스 때문에 충동구매로 마음을 달랠 때도 많다. 다행히 요즘은 새로운 취미인 베이스 기타 덕분에 시선이 한 곳에 모여 산만함이 줄었다.
집중이 생기니 불필요한 욕망도 조용해졌다.
[스트레스 처리]
나는 겉으론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쉽게 금 가는 유리 같은 멘털을 가지고 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나는 몸의 적신호 대부분이 스트레스에서 시작된다.
요즘은 베이스 기타가 나의 해방구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작아지고 초라해지지만, 의도적으로 시선을 거두고 나 자신만 바라보려 한다. 그러면 음악이 조금씩 재미있어진다.
학원에서 배우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선생님과 나누는 사소한 이야기들도 즐겁고, 혼자 연습하는 시간도 기분 좋다.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소설은 시간의 마법]
내가 깨달은 소설의 법칙은 단순하다. 도입부만 넘기면 마법이 시작된다는 것.
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는 『밝은 밤』과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이 오래 남았다. 『밝은 밤』은 판타지가 아니어도 소설이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할머니와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내 청소년기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글이었다. 스릴러를 보듯 책장을 넘겼고, 읽는 동안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 앉은 느낌이 들었다.
초등·청소년 소설을 읽으면 지금의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나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언젠가 아이들과도 이런 소설로 대화를 나누는 날이 오겠지. 그때를 천천히 기다리고 있다.
[기꺼이 원하는 사람]
무엇을 하든 주변의 의견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나는 귀가 얇다. 누군가 반대하면 금세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도 내가 기꺼이 원하는 것이라면 해도 되는 것 아닐까?
한국 사회는 ‘엄마로만 살기’에 만족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있다. 나도 그 흐름 속에서 무엇인가 더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손안에 있고, 나는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차고 있다. 자유가 주어진다 해도 결국 제자리에 돌아와야 하는 신데렐라 같다.
그렇다면 내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들이 뭐라든, 내가 정말 원한다면 그걸 향해 한 걸음은 내딛어도 되지 않을까.
[자기 마음에 귀 기울여]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언제였을까.
어릴 적부터 나는 남을 따라 하고, 남과 비교하며 살았다. 부모님은 비교한 적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들의 기억일 뿐이다. 지나가는 말들 속에서 나는 늘 ‘나’가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예전에는 내가 좋으면 어떤 음식이든, 물건이든 주변에게 추천했다. 사다주기도 하고, 꼭 써보라며 열심히 설득했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걸 보며 깨달았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고 필요해야만 움직인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누가 묻지 않는 한 추천하지 않는다. 그게 더 자연스럽고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