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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엄마 Jun 19. 2023

빨간 구름

구름에게 상처가 났어요

하늘에서 구름이 떨어졌어요.

구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빨간색이었어요.

지나가던 감자가 구름에게 물었어요.

"구름아, 너는 왜 빨간색이니?"

"먼지구름에게 공격을 당해서 다쳤어. 상처가 나고 피가 나서 그래."

"그래서 땅으로 떨어진 거니?"

구름은 기운 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몸을 움직이자 통증이 느껴졌는지 힘겨운 인상을 썼어요.

"널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감자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구름에게 물어봤어요.

"깨끗한 물을 뿌려줘. 그러면 먼지구름한테 공격당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거야."

감자는 물뿌리개에 깨끗한 물을 담아와서 구름에게 뿌려줬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구름에게 물을 뿌려주자 빨갛던 구름의 몸이 점점 하얀색으로 변해갔어요.

감자는 마지막 남은 빨간색 얼룩까지 말끔하게 깨끗한 물을 뿌려줬어요.

먼지가 닿았던 상처가 아물자 구름의 표정이 밝아졌어요.

"감자야. 고마워. 덕분에 하늘로 갈 수 있게 됐어."

몸이 가벼워진 구름이 점프를 하며 하늘로 뭉개 뭉개 올라갔어요.

"구름아 잘 가. 이젠 아프지 마."


구름이 하늘로 올라간 다음 날, 감자는 먼지 한 톨 없는 맑은 하늘을 만났답니다.



지난 주말 감자가족은 집 근처 책방에 어요. 커피도 팔고 책도 파는 곳인데 제가 참 좋아하는 곳이에요. 감자는 책방에 들르면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말하죠. "엄마, 도화지랑 색연필 갖다 줘." 책방에는 꼬마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 둔 도화지와 색연필이 있어요. 감자는 책방에 가는 날이면 빠짐없이 도화지에 흔적을 남기고는 하죠. 책방 내부에는 판매용 책과 중고책이 있는데 중고책은 구매하지 않고 읽어도 되는 책이에요. 그중에는 동화책도 있어서 감자가 읽고 싶은 책을 읽기도 해요. 그런데 이 날은 감자가 좋아하는 책이 보이지 않아서 그림만 그렸어요. 감자, 당근, 바나나, 포도, 나비 등등.


그런데 감자가 구름을 그리더니 빨간색으로 칠하는 거예요. 하늘색 색연필이 있었는데 빨갛게 칠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감자야, 왜 구름을 빨갛게 칠했어?"

"구름이 다쳐서 피 흘리는 거야."

"구름이 왜 다쳤을까?"

"나쁜 구름이 때려서 그래. 그래서 구름이 피가 나서 땅에 떨어졌어."


구름도 다치면 피를 흘린다. 감자의 얘기를 듣고 미세먼지가 생각났어요.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에는 매일 아침 확진자수를 확인하고 외출 전 마스크를 착용하느라 불편한 일상을 보냈죠. 그런데 코로나가 지나가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도 전에 미세먼지의 위협이 시작됐어요. 매일 아침 어플로 확인하는 오늘의 대기질. 호흡기에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 불편한 일상이 끝나지 않았던 거죠. 아침에 꽉 막힌 듯 까만 하늘을 보면 어플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오늘의 미세먼지 최악'


그런데 사실, 우리가 숨을 쉬기 힘든 만큼 구름도 답답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집안에서 공기청정기를 틀면 편한 숨을 쉴 수 있어요. 하지만 마스크도 착용할 수 없는 구름은 감자 말대로 빨갛게 피를 흘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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