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친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니다
지척 이웃도 아니다
직장 동료도 아니다
그렇다 해서 연령대가 같은 것도 아닌데 친구다
블친.
형제보다 이웃보다 동료보다 나를 더 잘 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
심적 변화를 알아차리고 걱정으로 안부를 물어
오래 숨어 우울할 새도 없다
내 취향도 안다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나의 진심도 안다
언니 같기도 하고 선배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다.
자주 만나지도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블친들과 관계를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구석진 촌에서 혼자일 때가 많은 것 같은데도
외로워하지도 쓸쓸해하지도 않는다
화장을 곱게 하고 잘 차려입고
어딘가를 나다닌 것도 아닌데
이곳에는 희귀한 꽃씨와 꽃모종들이 택배로 배달되어 오기도 해서
이웃들은 신기해한다.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데
머나먼 이국땅에 보낸 딸자식을 가족처럼 챙기는 블친
한국인 특유의 정 문화에서 오는 정을 넘는
나에게는 행운이고 복이었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만약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난 전생에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어제는 먼 나라 호주에 사시는 블친이 오셨다.
어릴 적 도시에 나간 언니가 명절날 집에 올 때
선물 보따리 가득 들고 온 것처럼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가득 들고서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단팥빵
빵집에 진열된 것 몽땅 털어오셨단다.~ ㅋ
처음으로 와본 작은 도시 그리고 우리 집
낯설지가 않다고 하신다.
가족, 친척들도 하룻밤 숙박 꺼려하는 요즘 같은 시대
하룻밤 묵고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가상공간, SNS, 메타버스의 인터넷 시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상이고 허상을 쫓는 것 같이
삭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라 가능한지도 모른다.
SNS를 통해 마음과 마음으로 쌓은 소통
그 속에 정이 흐르고
진심이 담기고
공감이 넘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