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흉년인데 풍년일세~
말이 좀 이상타.
흉년인 감이 풍년이라니?
올해 우리집 감나무에선 병들어 시들시들 풋감때부터 떨어지고
태풍에 작살나고 감 수확은 완전 망쳤다.
병들지 않고 단단히 달린 감이 태풍에도 잘 견디더라고~
이웃 영훈 아재는 우리집 대문 옆
키가 큰 감나무를 쳐다보며
감꽃이 질 때 한 번 중간쯤에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이렇게 세 번은 약을 쳐 줘야 서리 내릴 때까지 감이 안 떨어진다고
만날 때마다 설명을 했다.
작년에는 첫 번째 치는 약,
두 번째, 세 번째 치는 약 이름을
큼지막하게 공책을 찢은 종이에 적어 손에 들려 주기까지 하였다.
“아저씨, 올해는 약 치는 기계가 고장 나 못 쳤어요”
진짜 그랬다.
몇 년 전 폴짝폴짝 뛰는 하얀 선녀벌레 출몰로 남편은 맘이 급하였다.
미국산 선녀벌레가 출몰하면 금방 주변으로 번져
나무를 고사시킨다는 소문에 귀가 얇은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거금을 주고 분사기를 구입했었다.
이른 봄 분사기를 끌고 다니며 벌레 알이 깨어나기 전에 말살해야 한다고 하더니만
올해는 기계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분해를 해 순서대로 번호를 먹여가며 늘어놓기까지 했었다.
엔진은 일본산 멀쩡한데 엔진 근처에 끼우는 뭔가의 부속이 중국산이란다.
그것이 닳아 분사를 못 시킨다고
2~3년 한철 사용하고 못쓰게 만들면 어쩌냐고
하여튼 중국놈의 새끼들~~~ 허접한 중국산 하며 욕을 욕을 해댄다.
농기계수리센터에도 다녀왔는데 통째로 갈아야 한다고 했단다.
그럴 바에 새로 사겠더라고
“ 약칠 때 소리 하라고 안했능교? 고마 큰집 약 칠 때 같이 치면 된다꼬”
영훈 아재는 경운기에 커다란 물통을 싣고 경운기 엔진으로 분사를 한다.
큰집인 아랫집 할머니네 감나무는 길가에 있어 약 치기 편하지만
우리집은 감나무도 큰 데다 석축 중간에 있어 경운기 대기가 참 어중간하다.
기다란 줄을 끌고 와서 치긴 하더라만
텃밭 작물들이 그 긴 줄에 치이기도 하고
신세 지는 것이 미안키도 해서
약 이름만 알려 달라고 했었다.
아랫집 할머니네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태풍에도 끄떡없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아이고 저 감은 참 실하네” 하며 부러워했다.
해 질 녘 텃밭에 파를 뽑으러 가는데 마당 중간에 웬 뭉텅이 봉지가 있다.
감이다.
할머니께서 들고 오시다 힘들어 마당 중간에 놓고 가신 것이다.
할머니는 호박이나, 배추 등을 집까지 올라오기 힘드시면
대문 안쪽이나 마당에 두고 가신다.
서리를 몇 번 맞아 빨갛게 익어가던 감을 수확하셨는가 보았다.
고맙단 말도 전에 서둘러 손질을 했다.
감말랭이 .
올해는 유튜브 선생님께 배운 대로 식초를 뿌려서 그것도 사과식초.
꼭 사과식초여야만 하는 이유는
감을 홍시로 숙성시킬 때 사과와 함께 두면 사과의 에틸렌 성분으로
홍시감으로 익는다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유튜브 선생님 말대로 사과식초를 뿌리고 건조와 숙성을 번갈아 해서 만든
감말랭이는 정말 맛이 좋았다.
꼬들또들 젤리를 먹는 기분이랄까?
자꾸만 손이 간다 손이가~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던가?
떫은 감을 오래까지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감말랭이이다.
감이 흉년이 들고 보니
장에 나가면 눈에 보이는건 감만 확대되어 들어오더라.
올해는 감이 흉년이니 사서라도 감말랭이를 해야지 해서 한 박스.
단감이 씨알도 굵고 싸네~ 해서 또 한 박스.
오일장 나갈 때마다 감을 사다 보니
감이 풍년일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