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영미 Mar 31. 2023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귀촌일기 18.

귀촌일기 18

집 아래 작은 텃밭 

이랑과 고랑엔 계절에 따라 주인이 바뀝니다.

3,4월이면 마늘과 양파가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해 늦가을 배추를 뽑아낸 자리에 

양파모종과 마늘구근을 심었습니다.

추운 겨울 추위를 견디어낸 작물입니다.

봄바람이 살랑이고 따뜻한 볕이 내리쬔다 싶으면

여리고 가늘 한 양파줄기와 마늘줄기가 

물오른 버들잎마냥 금세 파래지고 통통해집니다.

어찌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운지 

쑥쑥 크는 작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

아침마다 그 아이들을 아니 볼 수가 없습니다.


논, 밭에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지요?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주인의 관심과 돌봄

아침마다 작물들도 주인을 반길 것입니다.

성장에 방해되는 잡초가 옆에서 자라면 뽑아주고

영양분이 부족하겠다 싶으면 퇴비를 넣어주고

시들시들 목 마르겠구나 싶으면 물을 듬뿍 뿌려대니

어찌 주인을 반갑다 아니하겠습니까.

이랑엔 양파와 마늘이

고랑엔 잡초라 불리우는 광대나물 들꽃이


무리로 피어나는 광대나물 들꽃이 하도 예뻐서 

고랑만 차지하도록 놔뒀습니다.

애써 가꾸지 않아도 양지바른 곳 어디에나 자리를 잡고 

잘 번식하는 광대나물 꽃.

지저분한 곳이나 험한 곳 어디든 가리지 않고 

꿋꿋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이 잡초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래 고랑을 내어줄께”



해마다 고랑을 차지한 이 광대나물 

어찌나 성장이 빠른지 주인공인 양파, 마늘보다 

시퍼러니 더 싱그럽습니다.

옆집 할머니께서는 잡초를 매지 않는 게으른 농부라고

흉 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봄을 먹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