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환경화의 시작, 아기 판다의 가족이 되다

- 그림책 환경교육 01 - 「숲속사진관」으로 시작하는 멸종위기종 이야기

by 햇귀쌤

5월 22일은 생물다양성의 날입니다. 생물다양성은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을 모두 일컫는 말이에요. 6번째 대멸종은 이미 시작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날이네요.


생물다양성의 날, 멸종위기종하면 떠오르는 동물이 있나요?

제가 처음 아이들과 환경교육을 시작할 때에도 북극곰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멸종위기종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서점에도 북극곰을 의인화한 환경책들이 많아요.

지금은 생물다양성의 날에 이야기해 줄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떠오르지만, 여전히 가장 중심에는 북극곰이 있어요.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하며 북극 빙하를 걱정하던 매체의 힘인지 교육의 힘인지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북극곰은 어떤 존재일까요?

하얗고 부드럽고 귀여운 인형? 동물원에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우는 커다랗고 하얀 곰? 환경캠페인에서 지켜주자고 늘 외치는 사진 속 동물?

안타깝게도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북극곰은 그저 사진과 글로 존재하는 멸종위기종이었어요. 한두 시간의 수업 후 북극곰에게 관심 가져주는 순수한 우리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었답니다.(선생님 파워랄까요? 저와 래포를 잘 형성한 친구일수록 선생님 말씀을 중요하게 여겨주니까요.)


아이들과 멸종위기종을 이야기할 때에도 자기환경화가 필요해요.

(환경교육에서 이야기하는 자기환경화는 주변의 환경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자기환경화가 왜 중요한지 궁금하다면 작가의 다른 글을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de73414a67ad423/3 )

하지만 멸종위기종이 아이들과 가까이 있기는 어렵지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직접 주변에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멸종위기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적어도 아이들의 비자기환경에 속한 북극곰을 이야기하려면 래포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북극곰을 친근하게 여기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어린 학습자일수록, 북극곰 이야기를 책에서 자주 접한 친구일수록, 곰인형을 가지고 있는 친구일수록,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일수록 그런 경향을 보였어요.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라도 선생님과 자주 환경수업을 하다 보면 멸종위기종에 대한 공감지수가 높아져요. 현재 고통받고 있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공감지수가 높아지면 이후 환경수업은 더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됩니다.


그래서 햇귀들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그래서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그림책 활용 수업을 소개합니다. 멸종위기종과 쉽게 래포를 형성할 수 있는 정말 마법 같은 수업활동이랍니다.


숲속 사진관

http://www.yes24.com/Product/Goods/23259626


사실 「숲속 사진관」은 가족을 주제로 수업하기 위해 추천받은 책이었답니다.

숲속에 가족사진 전문관을 오픈한 부엉이사진사가 다양한 동물들의 멋진 가족사진을 찍어주거든요. 한부모가족, 입양가족, 조손가족 등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다루기 조심스러운 부분들을 동물 가족사진을 보며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었어요.


마지막에 혼자 가족사진을 찍는 아기 판다에게 멋진 가족사진을 선물해 주는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에서는 이웃공동체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갈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였어요. 하지만 늘 환경적 관점으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제겐 조금 다른 부분이 눈에 띄었어요. 바로 혼자 가족사진을 찍는 동물이 아기 판다라는 거였지요.


자, 아기 판다에게서 멸종위기종의 이야기를 이끌어내 볼까요?


책을 함께 읽고, 재미있는 독후활동으로 가족 수업을 마무리한 후 저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아기 판다는 왜 혼자 가족사진을 찍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의견을 쏟아냅니다. 아이들의 경험에 따라 충분히 창의적인 대답이 나올 수도 있고, (저는 이것도 재미있었어요) 만약 환경수업을 진행한 학급이라면 판다가 멸종위기종이라서, 서식지가 파괴되어서 그렇다는, 제가 이끌어내고 싶었던 답이 쉽게 나올 수 있답니다.


"길을 잃어버렸어요!"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나 봐요."

"부모님만 잠깐 여행 갔을 수도 있어."


아이들이 쭈뼛거리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시 답안을 먼저 이야기해 주셔도 좋아요. 답을 이끌어내는 선생님만의 기술을 발휘해 보셔도 좋고요.


아기 판다가 혼자 남게 된 이유를 환경교육과 연결시키기 위해 국어에서 차례대로 말하기, 원인과 결과 이야기하기 등의 수업활동을 가지고 오면 좋아요. 저는 2학년 친구들과 했던 수업이었기 때문에 차례대로 이야기하기 수업활동을 활용했어요.


개발 사업으로 서식지를 잃고 혼자 남게 된 아기 판다의 사연을 차례대로 이야기하기
모둠별로 만들어 본 이야기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던 아기 판다의 대나무숲에 어느 날 포클레인이 밀고 들어와 대나무를 밀어버리고 땅을 다져 멋진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덕분에 아기 판다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아기 판다는 혼자 가족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지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단지 아파트가 만들어지면서 아기 판다와 같이 살 곳을 잃어버린 동식물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도 짚어줍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지 이 부분에서 아이들은 꽤나 놀라는 표정을 짓곤 해요. 울적해진 아이들에게 우리도 숲속 친구들처럼 아기 판다의 가족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합니다.


코로나 전 수업에서는 실제 아기 판다 인형을 하나 교실로 입양하였습니다. 개인별로, 모둠별로, 학급 전체 사진으로 다양하게 아기 판다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며 멸종위기종인 판다와 래포를 형성합니다. 가족사진으로 협동화를 그려 교실에 크게 붙여두고, 우리 가족이 된 아기 판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하였지요.


아기 판다의 가족사진 찍어주기


아기 판다와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서식지를 잃은 이유를 함께 이야기해 보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 마을처럼 도시가 개발되거나, 사람들이 더 많이 농사를 짓기 위해 숲을 개간하거나,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으로 원래의 서식지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는 등 점차 지구적인 문제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지요.

이야기 후 우리 아이들이 멸종위기종을 돕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바로 에어컨을 틀어놓은 교실문을 잘 닫고 다니는 것이었어요. 저는 냉큼 교실 앞뒷문에 아기 판다의 메시지를 붙여두었습니다. 에어컨을 틀어놨을 때는 문 좀 잘 닫고 다니라는 잔소리가 쏙 들어가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어요.


스스로 교실문을 닫고 다니게 했던 아기 판다의 메시지


아기 판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앎과 삶을 연계하기 위한 가정연계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아기 판다 인형을 각 가정에 보내준 것이지요.


아이들은 가족들에게 아기 판다의 가족사진을 함께 찍어주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홀로 남은 아기 판다가 다시 가족들과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지켜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전달합니다. 아이들이 우리 가족의 환경선생님, 혹은 환경대사가 되는 거예요. 이 가정연계활동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법을 연습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알게 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떤 방법으로 가족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볼지 저마다 고민하게 되지요.


가족들은 우리 학급친구들이 했던 것처럼 아기 판다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아기 판다를 위해 한 가지씩 환경을 지키기 위한 약속을 정합니다. 그리고 방학 동안 가족들이 함께 실천해 보기로 하였어요. 실천한 이야기는 개학 후에 친구들과 나눠보고 열심히 실천한 우리 가족 자랑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잠시 소홀했던 친구들도 다시 활동을 이어나가는 계기를 가져보는 시간이 되지요.


책 속 멸종위기종이었던 아기 판다는 그렇게 아이들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아이들은 약속을 지켜나갑니다. 서로서로 응원하는 모습은 선생님도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었습니다.


조만간 환경의 날이 다가옵니다.

올해도 2학년 담임인 저는 여름 가족이야기를 공부하면서 다시 한번 숲속 사진관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림책 하나에 선생님의 스토리텔링을 더해 환경의 날을 의미 있게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학교자율과정,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