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직원 김동범씨 이야기
서울은 수많은 청년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 나은 환경과 삶의 질을 찾아 '탈서울'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팍팍한 생활비, 과밀화된 도시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며 서울을 떠나는 젊은 가장들도 적지 않다.
'서울을 떠난 청년들'은 어디로 향했을까? 그들은 어떤 이유로 서울을 등졌으며, 그들의 선택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청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네 아이의 아빠가 되어 인천으로 이주한 김동범(28)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콜센터 직원 김동범씨 이야기
Q. 서울에서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A. 서울에서는 신림동 유흥가에 위치한 6평짜리 원룸에 살았어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었죠. 저는 파주 출신이고 당시 여자친구이던 아내는 안성 출신이었는데, 연애를 약 2년 정도 하고 결혼을 결심했죠.
조금 부끄럽지만 저희는 게임을 하다가 만났어요. 그때 제가 24살 아내가 20살이었어요. 구로에 있는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서울로 이사해서 같이 살기로 했죠. 아내는 대학을 다니던 중이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휴학하고 저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하지만 서울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어요. 아이가 태어난 후 동네 환경에 대한 고민이 커졌어요. 술집이나 유흥가가 많다보니 아이를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죠. 게다가 다시 둘째 아이가 생기면서 더 큰 결단이 필요했어요. 결국 서울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직장과 가깝고 집값이 저렴하고 환경도 괜찮은 곳이 인천이었거든요.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A. 와이프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고, 저는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주 5일 근무고, 주말 근무도 포함된 스케줄이죠. 원래 대학교 전공은 유아교육이었는데,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계획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첫 아이가 태어난 시점이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이라 계획이 많이 틀어졌어요. 당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쿠팡 상하차 일을 했는데, 무리한 근무로 건강에 무리가 왔죠. 그래서 지금의 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인천 생활은 어떤가요?
A. 신림동에 비해 확실히 교육 환경이 좋아요. 출근 시간이 늘어나긴 했죠. 원래 30분이던 출근 시간이 이사 후에는 1시간 30분으로 늘었거든요. 왕복 3시간이죠.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선 인천이 확실히 좋아요.
원룸에 살 때는 이웃들이 아이 울음소리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인천에 와서는 이웃들이 "아기가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야지~" 말을 걸며 친할머니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란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바다도 가깝잖아요. 가끔 가족끼리 을왕리에 가는데, 그게 좋더라구요.
다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인구가 줄다 보니 서울보다는 인프라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근처에 큰 유치원이 작년에 폐업을 했고, 친하게 지내는 태권도 관장님도 어려운 경기와 줄어가는 수강생들로 걱정하고 계시더라고요.
Q.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힘들지 않으세요?
A. 출근길이 쉽지는 않아요. 버스, 지하철, 다시 버스를 타야 하니까요. 1호선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한번은 할아버지 두 분이 지하철 문을 사이에 두고 싸우시는 바람에 회사에 30분 지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걸 사유서에 구구절절 적다가 왠지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인천으로 이직할 생각은 해보셨나요?
A. 인천으로 이직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제가 원하는 회사가 인천에는 거의 없어요.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상태라 조건이 맞는 직장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Q. 다자녀 아빠로서 국가에서 받는 혜택은 어떤가요?
A. 우선 체감되는 혜택은 현재 막내가 돌 전이라 부모 급여로 100만 원을 받고 있는데, 돌 이후에는 50만 원으로 줄어들어요. 그리고 지금 사는 전세 아파트 집도 혜택을 받았어요. 공공주택 다자녀 특별공급이란 것이 있더라구요.
그밖에 세금 혜택이나 문화시설 이용 할인 등이 있는 걸로 알고있어요. 이런 지원 덕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긴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정말 상상 이상입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등록금이 면제된다고 하니 그 점은 기대하고 있어요.
Q. 젊은 가장으로서, 네 자녀의 아빠로서 힘들진 않으세요?
A. 솔직히 말하면, 힘든 걸 잘 모르겠어요. 아니면 제가 그걸 감추고 사는 걸지도 모르죠. 가끔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막상 집에 없으면 아이들이 보고 싶고, 집에 있으면 또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지기도 해요. 큰 아이는 저를 닮아서 그런지 동생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면 먼저 나서서 챙기곤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힘들다가도 마음이 뿌듯해져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을까요?
A. 지금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또 제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인천에 적당한 직장이 생겨서 출퇴근 시간 부담도 덜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