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지붕 Sep 29. 2024

슬기로운 노년생활

도전하는 삶 - 장구배우기

 문을 열자  "쿵따다 쿵따다 쿵따다 쿵다" 장구장단이 따라붇는다. 

친구와 일주일에 두번씩 배우고 있는 장구교실이다. 박자와 리듬감이라고는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나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지만 친구따라 강남온 셈이다.

 장구교실엔 20여명의 수강생이 있었고 젊은사람도 있고 60대 70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현직에 있은 때 짧은 연수 몇번을 받을 때마다 머리와손이 따로 노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으니, 단단한 용기로 무장을 해도 마음은 영 불안하기만하다. 나를 포함한 신입생 세명은 다른 방에서 쿵따다를 연습해야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다른 두명은 나보다 더 신기한 몸이여서 내가 알기 쉽게 설명까지 해주며 연습을 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친구에게 이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잘 할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나의 장구실력은 늘지 않았다. 강사님은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시지만 나는 그것이 몹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남편에게 장구를 사서 연습을 해야겠다고 하니 장구소리에 아파트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올것이라며 커다란 박스를 의자에 올려주었다. 박스의 양쪽을 궁채로 두드리며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오호라! 제법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소리는 제법 크게 들리니 적당한 시간을 보아가며 나름연습모드로 들어갔다. 이렇게 몇개의 박스가 찢겨나갈 즈음 궁채가 들린 나의 팔에는 흥까지 따라 붙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제법 칭찬도 듣게 되니 장구교실을 가는날은 신바람이 나고, 장구와 함께하는 시간은쏜살같이 지나가는 몰입의 즐거움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계속 도전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노화되어가는 뇌세포에 자극을 주어 활성화를 시킨다는, 또는 치매예방이다 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는것은 아니다. 그저 삶의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즐거움과 자유를 느끼고 싶을 뿐이다.

 시간의 지루함은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우리앞에 놓인 노년의 긴시간을, 그 지루함을 비껴가지 못한다면 인생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놀이 빠져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장구의 신 -- 박서진









작가의 이전글 슬기로운 노년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