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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지붕 Aug 10. 2024

슬기로운 노년일기

만두의 추억


군만두.

며칠 전부터 만두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했다. 미식에 탐식까지 겸비한 남편의 노래가 아니고 나의 노래다. 외출했던 남편이 불쑥 내민 봉다리에는 냉동만두 두 봉지가 담겨있었다. 나의 노래 끝에 만두를 만들겠다고 주방을 어지럽힐까 겁이 났던 모양이다.

(은퇴 후, 요리하기 좋아하는 나는 음식 만들기, 정리정돈 잘하는 남편은 청소와 설거지로 역할분담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살짝 만두를 만들어볼까? 하는 유혹이 있긴 했지만, 폭염 속에 어울리는 일은 아닐듯하여 다시 접어넣어던 마음을 들킨 듯하다.




 군만두 요리법이 쓰여 있지만 내겐 너무 작은 글씨. 괜스레 빈봉지를 집어던지며 화풀이를 해본다.

기름 넉넉히 넣고 요리조리 만두를 뒤집어가며 굽는다.


 도쿄아들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만두도 생각나고, 오사카에서 택배로 받아먹었던 만두도 생각나고, 지난봄엔 아기들 먹일 욕심에 만들었던 만두도 생각난다.

 30여 년 전, 중국여행 중에 먹었던 물만두 생각에 머물자 깔깔깔 웃음이 나온다. 맛있게 먹고 나왔더니 시커먼 하천 냇가의 다리밑이었든 것, 노숙자가 머물듯하던, 그러나 만두맛은 최고였었다. 

만두 10알을 구우며 나는 행복에 젖어든다. 음식의 절반은 추억이라는 말이 딱이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만두는 예쁜 접시에 담는다.

간편식이지만 그래도 어울리는 접시에 담아 먹으면 근사한 한 끼가 될 수 있다. 초간장까지 준비한다.



오늘의 나의 군만두.

바삭바삭 속삭이며 시원한 맥주를 유혹한다.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새어 나온다.




이제는 냉동만두가 판치는 세상이다.

간편해서 좋지만, 이 만두 저 만두 특색 없이 맛의 평준화가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도 추억의 비법으로 버무려진 나의 군만두는 그리움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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