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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ug 28. 2024

고양이

그냥 일기


나는 강아지 파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난 동물 애호가다. 애호가라는 말을 함부로 남용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동물을 좋아한다. 사람도 좋아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 타로를 봤는데 내 팔자가 사람을 좋아하는 거랬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좋아한다의 기준은 언제나 애매하다.


난 동물을 좋아하지만 서열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당 딸린 집에서 개를 키우며 집에는 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강아지에 있어서는 불가능한 일일 거다. 아니, 그것보다 서울에서 그런 집에 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방면에서 생각하면 고양이는 신기하다. 얘는 주종 관계도 불확실한 친구고 자기만의 삶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니까. 그런데 요즘 고양이를 보면 좀 달라진 거 같기도 하다. 일단 



음.. 너는

길고양이로 분류되긴 하겠지만 이렇게 배 까고 누워서 자는 길고양이..

어느 순간부터 도시엔 천적이 없어진 탓일까. 식빵자세도 보고 여러 자세도 봤지만 이런 자세는 처음 본다. 진정한 주인이 아닐까. 이 도로의, 이 구역의, 진짜 주인. 


사진으로 와닿진 않겠지만 덩치도 상당하다. 작은 아이스박스에 들어가면 몸이 꽉 찬다. 뚱냥이 수준을 넘어선 친구다. 그리고 사람을 알아본다. 정확히는 밥 주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긴 하다. 밥을 안 주면 별 관심이 없지만 먹을 걸 갖고 있다면 반응이 다르니까. 밥 앞에선 무거운 몸을 다른 고양이처럼 가볍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뭐, 갑자기 이런 고양이 관찰 일기를 쓰려는 건 아니고.

이제 진짜 8월이 끝이 난다. 여전히 낮엔 무덥지만 이제 더 이상 선풍기를 켜둔 채 잠에 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꽤나 선선한 날씨를 느낄 수 있다. 새벽엔 이젠 쌀쌀하다는 거. 그 뜻은 가을이 온다는 거. 가을이 온다는 건 여름이 끝난다는 이야기. 여름이었다, 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그 청춘의 상징인 여름이 이제 끝난다는 거. 그런데 이렇게 더우면 더는 청춘도 없지 않을까. 그냥 에어컨 밑에서 바람 쇠는 게 청춘으로 학생들은 기억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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