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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날

그냥 일기

by 수호


눈이 온다. 하늘이 뿌옇다. 길가는 미끄럽고. 몇 번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눈 내리는 날은 겨울의 특권이다. 겨울이기에 춥고 눈이 내리고. 엽서시를 오랜만에 들어갔다. 만해 백일장 공고를 봤다.


옛날에 비해 규모가 줄었는 듯하다. 삼일절이면 동국대에 갔던 게 백일장 키드들의 숙명이었는데. 만해에서 주는 대통령상은 특기자 전형에서 당연 내로라하는 것이었으니까. 대산만큼 치열한 게 만해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회상했다.


시간이 지나자 별 생각 없어졌다. 그냥, 대통령상이 100만원 상금이면 좀 싸긴 하다라는 속물적인 생각. 규모가 줄었네. 사람도 그 만큼 줄었을까 싶고.


대회에서 시를 쓰는 건 몇 년 만의 일 같다. 사실 코로나 후로는 대회에 나가본 적도 없는 듯하다. 그나마 최근이 기형도 문학관 같은데 언제였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신기했다. 작년엔 왜 만해 백일장 글을 본 적 없었지 싶고.


대학생이 되어도 만해 백일장은 갔었다. 입시 준비를 했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장이기도 했으니까. 2018년도에 동국대에 갔다 냉면을 먹고 돌아오곤 했었는데.


지금도 그 냉면집은 사람이 많다.


학원 면접을 보고 왔다. 사실 면접보단 그냥 뭐랄까. 그냥 미팅 같기도 하고.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학원 이름만 보곤 국어 과목이 낄 곳이 없어 보였는데 종합 학원이었다.


다시 강사가 된다. 학원은 왜인지 복귀 하기가 싫었다. 다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건 자신 없었으니까. 지금은 뭐 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거고. 어쨌든 고정적인 스케줄이 생기면 촬영은 힘들어진다. 하루라도 뭐가 생기면 이렇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촬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던 것도 과외를 끝냈을 때다. 그런데 이제는 생계가 중요해졌다.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제약은 어차피 생기는 거니까. 옛날엔 그냥 촬영이라면 좋았던 것 같다. 공모전 촬영도 하고.


그렇게 학생들 촬영도 많이 했다. 확실한 건 더 이상 이런 촬영엔 할애할 수 없는 거였다. 학생들 경험 쌓으려는 실습은 나의 포토폴리오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되었으니까. 경험이야 나도 물론 쌓이겠지만.


학교 인스타에 올라온 내 사진을 봤다. 당혹스럽다. 별 생각 없이 내리던 피드에서 내 얼굴이 보였으니까. 전에 말했던 인터뷰가 이거였구나, 하고 바로 사고는 돌아갔지만. 그래도 당황스럽다. 멘트도 뭔가 구리고. 흠, 아는 누군가가 이걸 보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


오늘도 난 도서관에 왔다. 사랑니 때문에 정신이 팔렸었는데. 그래도 건강을 위해선 빨리 뽑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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