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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May 17. 2024

방귀와 달리기의 상관관계 4

잡담

드디어 쫄쫄이 레슬링복울 입은 실험대상 친구가 출발 선에 섰어요. 옆에는 하체가 길고 몸매가 잘빠진 육상부 친구가 있었고요. 둘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었죠. 허리에 방귀 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마이크를 뒤쪽으로 해서 엉덩이 밑으로 향하게 두르고 연신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주요 부위를 가리는 친구는 마치 미국의 희극인 찰리채플린의 코믹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웃음을 자아냈어요. 높은 층 교실 창틀에 걸터앉아 운동장을 바라보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은 킥킥거리며 연신 웃어댔죠. 저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배를 부둥켜 잡으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고요. 그때 결승선에 서 계신 체육선생님이 출발 신호총을 높이 들어 올리며 호각을 길게 한 번 불었어요. 전교생 전체의 시선이 선생님의 하늘로 치솟는 총끝으로 몰렸다 출발 선의 친구에게로 돌아갔죠. 친구는 엉거주춤거리며 자신의 주요 부위를 가리고 있던 두 손을 거둬 가슴 위치로 끌어올리며 출발 자세를 잡았어요. 곁에 있던 육상부가 친구의 등을 한 번 가볍게 두드려주며 파이팅을 외쳐줬죠. 그러니까 실험대상 친구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입을 꼭 깨물더라고요. 나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다짐처럼 보였어요. 호각 소리가 끝나고 잠시의 시간. 학교는 순간 적막한 고요 속으로 빠졌들었어요. 모든 시선이 체육선생님의 총과 출발선의 친구에게로 몰렸죠. 목울대가 꿈틀대며 침을 꼴깍 삼키는 친구의 표정에선 긴장과 의지가 동시에 드러났어요. 꼭 이번 미션을 성공해 성인 영화를 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말이예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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