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남는 건 사진 속 명장면
"할머니, 사진 찍어주세요!"
다섯 살 손녀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한다. 작은 손가락을 브이(V) 자로 올리거나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을 만들며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는다. "오우, 예쁘다!" 한마디에 더욱 자신 있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사진을 찍은 후에는 꼭 확인을 한다. "할머니, 보여주세요!"
마음에 들면 까르륵 웃으며 좋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건 지워주세요."라고 당당히 의견을 말한다. 어느새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구나,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 순간을 마음에 담는다. 그리고 나는 핸드폰 속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하고, 음악과 함께 짧은 감상을 적어 가족 단톡방에 올린다. 손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깔깔 웃으며 좋아한다.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날짜별, 장소별로 사진을 저장하고,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도 습관이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많은 사진 때문에 저장 공간이 부족해 고민이 되기도 한다. 매일 저녁 사진을 정리하려고 계획을 세우지만, 하루의 피로에 잊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내어 네이버 밴드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연도별, 월별, 날짜별, 여행별로 사진을 정리해 놓으니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어 편리하다.
아날로그의 따뜻한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이 있다.
30년 전, 우리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관에서 현상된 사진을 받아 앨범에 한 장씩 차곡차곡 정리했다. 날짜, 장소, 그리고 ‘소풍’ 같은 짧은 메모를 적어 두었다. 앨범을 넘기며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통의 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진관도, 앨범도 점점 사라져 간다.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필름을 맡기고 며칠을 기다려야 했던 시간,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까 두근거리는 마음, 그리고 직접 앨범을 꾸미는 재미. 디지털 시대가 주는 편리함 속에서도 가끔은 느림의 미학이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즘은 중요한 사진을 외장하드나 USB에 따로 저장해 둔다. 내 친정 큰 오빠네는 딸이 셋인데, 둘째 딸이 사진 정리를 유독 잘한다. 부모님이 여행을 다녀오시면 추억할 만한 사진을 골라 편집하고, 예쁜 앨범북을 만들어 책장에 꽂아 둔다. 바래거나 망가질 걱정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앨범을 넘겨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 시간이 지나도 빛나는 기록으로 남는다.
여행을 가면 남는 것은 결국 사진이다. 수백 장을 찍어도 시간이 지나면 단 몇 장만 남는다. 하지만 그 몇 장이 소중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찍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
오늘 나는 아이들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앨범을 한 장씩 넘겨본다. 사진 속에서 깔깔 웃는 아이들의 모습, 장난기 가득한 표정, 처음 자전거를 타던 순간, 생일 케이크 앞에서 촛불을 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도 사진은 그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고, 정리하고, 기록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을 남긴다. 그것이 쌓여, 언젠가 우리 가족의 가장 따뜻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