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확량이 늘어났다. 열 평 밭에 엄마와 반반씩 나눠 경작을 하니 실제 나의 밭은 고작 다섯 평 규모. 그마저도 쿠바식 상자텃밭을 한다고 해 공간 활용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수확량은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다.
모종과 씨를 뿌리고 난 다음엔 사실 해야할 일이 많지도 않았고 유기농으로 농사가 가능한 농지라 약을 칠 일도 없었으니 틈틈히 벌레가 보이거나 애벌레들이 자리를 잡는다 싶을 때 목초액을 뿌리는 일이 농사일의 거의 다였다. 나머진 모두 수확이었다. 땅이 키우고 작물이 자라는 일은 애초에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었을까?
그렇다고 농사가 쉽다고 할 수도 없다. 판매가 목적이 아닌 노지 농사니 그저 자라는 대로 수확할 뿐 상처없는 고운 작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수확물이 거의 없는 소위 망한 농사는 그저 운때가 안맞으려니 할 뿐이었으니 이를 어찌 농부의 그것과 비교할까.
여튼 수확한 작물을 무작정 소비하는 데에서 그마저도 힘겨워지는 시점이 오자 나는 이 고마운 작물을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더 잘 먹어줄 사람. 나만큼이나 작물을 귀하다 여길 이들에게 직접 키워 만든 작물을 먹는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다.
허브를 비롯한 다양한 작물을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 다음 키친타올를 바닥에 깐 지퍼백에 넣고 냉장보관을 하면 흙이 묻은 상태보다 싱싱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 때 지퍼백은 세워서 보관하는 게 좋으며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택배를 보낼때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수확한 작물은 경험상 이렇게 보관하니 2주는 거뜬히 두고 먹을 수 있었다.
지인들로부터 보내 준 작물들을 잘 먹고 있은 연락을 받으면. 그 기쁨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다만 나누는 즐거움이라 단어를 찾아 겨우 표현하지만 거기엔 말로 하기 힘든 뿌듯함, 벅참, 기쁨이 있었다. 그다지 한 일도 없는데 공치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