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 1 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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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빌어먹을 짐승 같은 하코넨 놈들! 그놈들은 왜 자기들의 더러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으로 나를 골랐을까?" - 유에 박사
유에 박사는 제국식 조건반사 훈련으로 인해 타인에게 결코 위해를 가할 수 없지만, 하코넨 가의 멘타트인 '파이터'가 이를 무효화하는 법을 알아냈다. 유에는 레토 공작에게 수면제를 놓고 기지의 방어막을 내려 하코넨과 황제 연합군이 레토 공작 가문을 공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비록 유에는 공작을 배신했지만 그의 첩인 제시카와 아들 폴은 적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곳이 사막 한가운데라는 게 문제지만.
폴의 엄마 제시카는 베네 게세리트다. 혹독한 육체적, 정신적 훈련을 통해 여러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일종의 '마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목적은 인류를 찬란한 미래로 이끌 초인 '퀴사츠 해더락'을 만드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슈퍼맨을 말한다. 훈련과정이 어떠했을지 짐작할만하다. 폴은 아주 어릴 때부터 통제와 관리, 엄격한 규칙 아래 자랐다. 실력, 올바른 습관, 자기 확신 같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가치들로 무장시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주는 게 자녀를 위한 길이라고 믿는 '타이거 마더'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뛰어난 군인인 거니와 던컨과는 육체 훈련, 멘타트인 투피르와는 정신을 연마해야 했고, 누군가 목숨을 노리며 다가오지 않을까를 항상 경계하며 살아야 했다. 제국 내 가장 잘 나가는 공작의 아들이 감내해야 하는 왕관의 무게였다. 그랬던 그는 사막 탈출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스파이스를 대량으로 섭취하게 되면서 잠재 능력이 급격하게 발현되는 '상전이(相轉移, phase transition)'를 겪게 된다.
"어머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거죠?"
"난 부모라면 누구나 바라는 걸 바랐어. 그러니까 네가... 더 뛰어나고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란 거지."
- 소설 '듄'
자식이 남들보다 못나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부모의 교육은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극한 부모의 사랑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조부 투바키'를, '듄'에서는 '변종 퀴사츠 해더락'을 탄생시켰다. 폴은 아버지의 죽음에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괴롭다. 냉혹할 정도로 정확하게 새로운 지식들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바탕으로 계산에 몰두하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도 어찌하지 못한다. 그의 눈에는 가장 먼 과거로부터 가장 먼 미래까지 이어져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보인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가장 낮은 것까지. 그중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트레이데스의 깃발을 따르는 광신도 군단이 자신의 이름으로 온 우주를 불태우며 노략질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서 그는 메시아가 아니라 인류 최악의 빌런이었다. 모든 우주를 동시에 경험하고 허무주의에 빠져 싹 다 없애버리려는 조부 투바키와 다를 것 없는.
진보라는 개념은 미래에 대한 공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 장치 역할을 한다. - 소설 '듄'
너무나도 끔찍한 예정된 미래를 바꿔보기 위해 폴은 안간힘을 쓴다. 자기가 본 미래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이름으로 바꿔 보기도 하고(폴 무앗딥), 메시아로 떠받드는 프레멘들 사이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운명에 휩쓸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투영하는 영웅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꼭 그래야 하는 경우가 생겼을 땐 상대를 죽이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진정한 '퀴사츠 해더락'이 되면 절망적인 미래가 아닌 다른 가능성을 스스로 열 수 있을 거라 여기면서.
마침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폴 아트레이데스. 그의 나이는 15살에 불과하다.
메시아로 추앙받지만,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청춘일 뿐이다.
프레멘이라는 강하고 무서운 군대와 스파이스라는 부의 원천을 거머쥔
그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난 괴물이야! 괴물!"
"아냐, 아냐, 아냐! 아냐!"
- 소설 '듄' 스파이스에 취한 폴의 독백 중에서
*본문 속 사진 출처: 영화 '듄 파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