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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Feb 22. 2024

반역자는 누구인가

듄 파트 1 전반부

이 문서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의 스포일러를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 공작의 죽음

인기가 좋은 사람은 권력자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죠. - 하와트


레토 공작이 살해당했다. 샤담 황제와 하코넨 남작에 의해서.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게 된 건지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공작'이라는 작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아야 한다. 봉건제에서 황제를 섬기는 귀족들 중 가장 높은 위치의 계급이 공작이다. 위에서부터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 순이다. 여기서 공작은 왕이 멋대로 부릴 수 있는 부하가 아니다. 공작은 왕의 간섭 없이 자신의 뜻에 따라 영지를 다스릴 수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연합국' 형태로 구성된 제국이기 때문이다. 연합국에서는 조금 더 큰 세력을 가진 가문이 황제가 되고, 그보다 약간 작은 가문이 공작이 된다. 미묘한 세력 변화에 따라 언제든 황제의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이것이 공작이다. 황제의 입장에서 보면 든든한 우군이면서 잠재적 경쟁자인 셈이다. 주변의 신망이 두텁고 세력이 자꾸 불어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 황제로선 충분히 제거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하코넨 남작은 무슨 연유로 레토를 공격했을까. 아니 그보다 공작에 비해 한참 서열이 뒤쳐지는 '남작'따위가 어떻게 레토를 쓰러뜨릴 힘을 가지고 있었을까. 거기엔 오랜 역사가 있다. '하코넨 가문'은 듄의 역사 속 핵심사건인 '버틀레리안 지하드(인공지능 말살 전쟁)'에서 아트레이데스 가문, 코리노 가문(현 황제 가문)과 더불어 대활약한 가문이었다. 하지만 코린 전투 때 기계들이 인질로 잡은 인간들을 무시하고 공격하라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였다가, 배반자로 몰려 추방당하고 만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황제의 '더럽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노력으로 남작의 지위까진 회복했지만,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대한 악감정은 1만 년이 넘게 지속되었다. 게다가 더럽고 위험한 일은 '돈이 되는 일'이기도 해 레토와 대등하게 맞설 정도의 세력을 키우게 된 것이다.


우리 중에 반역자가 있다!


방어막 발생기가 꺼졌다. 제국 내 황제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세력인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고작 하룻밤 새,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결정적인 이유다. 가문 내에 반역자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 레토 공작과 가장 가까운 6인의 인물이 있다. 그리고 그들 각자에겐 공작을 미워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용의자 1. 투피르 하와트


오랫동안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섬겨온 멘타트(인간컴퓨터)이자 암살의 대가고령의 나이로 인해 멘타트 능력이 전성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그러한 현실에 책임감과 수치심을 느껴 직위를 내려놓으려 하지만 레토 공작은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게다가 레토 공작의 첩이자 유일한 후계자를 낳은 제시카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주인 내외에 의해 능력발휘는 제한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 멘타트의 자부심으로 살아온 하와트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용의자 2. 레이디 제시카


레토 공작의 첩. 후계자가 될 그의 아들을 낳았지만 정식 부인은 되지 못했다. 다른 대가문들과의 정략결혼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해 출신이 비천한 그녀를 배제한 것이다. 그뿐 아니다. 불분명한 출신과 말, 행동을 이유로 그녀는 하코넨의 첩자라는 의심까지 받는다. 공작에 대한 사랑의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었다니... 그녀가 배신감을 느낄 이유는 충분하다.


용의자 3. 폴 아트레이데스


레토 공작과 그의 첩 레이디 제시카 사이의 외동아들. 아트레이데스 성을 받고 후계자로서 교육받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귀족자제로서 아버지를 미워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이는 그의 비밀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읊조리는 혼잣말에서 드러난다.


'난 왜 아버지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거지?'

'여기(사막)서는 뒤에서 누군가 내 목숨을 노리며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이 혼자 있을 수 있겠어.'


혼자 있기를 바라고 아버지의 죽음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 자라면, 스스로 아버지를 죽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출처: 서울경제


용의자 4. 웰링턴 유에


레토 공작과 그의 가족의 주치의. 고위층 주치의에게 필요한 제국 정신 훈련을 받았다(이 훈련을 받은 자는 타인에게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지 못함). 하코넨에게 아내인 워너가 인질로 잡혀, 레토를 배반하도록 협박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다시 만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유에. 동시에 하코넨을 너무나도 증오하고 제국 정신 훈련으로 공작을 해칠 수 없는 유에. 그의 선택은 무엇일까.


용의자 5. 거니 할렉


레토 공작의 군사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총사령관. 매우 엄격하고 진지한 성격의 전통주의자. 새로운 행성 아라키스에서 스틸가가 침을 뱉거나 카인즈 박사가 스틸슈트 착용을 위해 공작에게 접근하자 매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온갖 기괴한 관습과 마약(스파이스 멜란지)으로 둘러싸인 사막 행성은 그에게 극한의 스트레스를 준다. 이렇게 스트레스에 짓눌린 인간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법이다.


용의자 6. 던컨 아이다호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고위 장교. 단순한 검술뿐 아니라 전략, 전술, 작전에도 능통한 소드마스터.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아라키스로 영지를 옮겼을 때 프레멘들에게 사절로 보내지기도 했고, 레토 공작의 은밀한 지시로 레이디 제시카를 감시하기도 했다. 아라키스로 이주 후, 던컨의 부하들은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린다. 공작의 지시로 순식간에 고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속한 자리를 파괴하는 건 곧 그 사람을 파괴하는 것이다. 던컨의 마음도 부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비밀 하나. 그는 원래 하코넨 가문의 영지인 지에디 프라임 행성 출신이다.


그래서 반역자는 누구일까?

우리 중에 반역자가 있나요? 난 우리 쪽 사람들을 아주 유심히 살펴봤어요. 도대체 누굴까요? - '듄' 1권 중에서 


으으, 빌어먹을 짐승 같은 하코넨 놈들! 그놈들은 왜 자기들의 더러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으로 나를 골랐을까? - 반역자


*본문 속 사진 출처: 영화 '듄 파트 1'

*다음 주 화요일 '듄 파트 1' 후반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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