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인간은 각종 조건들이 양호할 때에만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치를 부린다.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다른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정규분포를 벗어난) 일부 인간은 같아지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 이들은 인류가 전쟁이나 초인플레이션, 혹은 팬데믹 같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광기에 휩싸일 땐, 차분한 상태가 되어 문제해결에 집중한다. 하지만 어려움이 극복됨과 동시에 다시 비정상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한마디로 '미친 짓'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미쳤다'는 의미는 대다수의 대중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자기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일찌감치 받아들인 사람은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아인슈타인, 콜럼버스, 비틀즈.
소설 속에서 남과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시도했던 인물들은 하나같이 미쳐갔다. 신기한 건 미친 계기가 불행한 사건이나 환경 때문이 아니란 것이다.
삶에 기대했던 모든 걸 얻었을 때 자살을 시도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을 때 우울증이 겪었으며,
성공적이 커리어를 마무리할 때 공황이 찾아왔고,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었을 때 정신분열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을 이룬 이들이 왜 미쳐야 했을까? 그건 그들이 정규분포를 벗어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일매일이 뻔한, 손에 닿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살아 있음의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다.
베로니카가 죽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녀가 제때에 미치기로 결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이 지겨워지고 의미 없다 느껴진다면, 미쳐야 할 때가 됐다고 몸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미치지 않으면, 불행한 형태로 미치게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