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문학계에 큰 경사가 있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그녀의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공인 받는 순간이었으며, 아시아문학에 묶여있던 한국문학이 일본, 중국문학과 더불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따로 떼내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올해 한림원은 AI 시대를 여는데 공헌한 과학자들에게 물리학, 화학상을 주었고,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한창인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상실과 치유, 규범의 거부와 갈등, 잔인한 현실에 대한 '증언 문학'을 써 온 한강에게 문학상을 수여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한국문학이 주목받게 될 상황을 생각하니, 새삼 아쉬운 것이 돌아가신 박경리 작가이다. 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25년 간 집필한 필생의 역작 '토지'는 분명 노벨문학상에 걸맞은 작품이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한글소설이라는 것. 20권에 달하는 방대한 대하소설을 제대로 번역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 많은 사투리의 맛까지 살리려면 한국어와 영어 양쪽 모두에 정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 소년이 온다
"목이 메어 강가에서 울 적에 별도 크고오 물살 소리도 크고 아하아 내가 살아 있었고나, 목이 메이면 메일수록 뼈다귀에 사무치는 설움, 그런 것이 있인께 사는 것이 소중허게 생각되더라." - 토지
부디 지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지핀 한국문학에 대한 열기가 한글맛이 진한 '토지'같은 소설의 적극적인 소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잘하면 한국판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라는 명성을 얻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