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모든 것, 영화와 소설 2. 미스트
이야기의 모든 것, 영화와 소설 2. 스티븐 킹의 '미스트', 다라본트의 '미스트'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같은 이야기의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지 알아봅니다.)
이 문서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의 스포일러를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블랙스완: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
블랙스완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누군가는 이제껏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절대 믿으려 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은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이 일어났으니 이 세상은 이제 끝났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겁에 질린 채 사태를 관망한다.
'미스트'는 바로 이런 '블랙스완 사태'에 대처하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다.
플랫 어스 소사이어티(Flat Earth Society)라는 것이 있다.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플랫 어스(Flat Earth)'이론을 믿는 집단을 일컫는 말인데, 새로 밝혀진 사실이나 증거를 보여주어도 기존에 갖고 있던 믿음을 철회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유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지식인일수록 더 그런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브렌트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대도시 출신 유능한 변호사인 그에게 이해 못 할 일이란 없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된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뒤덮인 안개는 자연적 혹은 인공적으로 발생한 재난일 뿐, 그 속에 위험한 괴물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한바탕 사투를 벌인 사람들이 괴물의 잘린 촉수를 보여주겠다고 해도 끝까지 믿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변호사 특유의 달변에 설득된 일군의 사람들과 용감히 마트 문을 열어 젖히고 나갔지만, 돌아온 건 끔찍한 비명과 일행 중 1명의 신체 일부 뿐이었다.
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인간들이 온갖 죄를 범하여, 분노한 신에 의해 종말을 맞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1년 365일 종말을 외치는 '종무새'이므로, 평소에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안갯속 무언가'와 같은 불가해한 상황에선 '예언자'로 변신해 활개를 치는데, 카모디 부인이 그 모습을 잘 보여준다. 처음엔 그녀의 말을 개무시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밖에 나가면 죽는다', '저녁이 되면 무언가 나타난다' 등등의 말이 실현되자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사이비 종교는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먹고 자라는 법이다. 마트 안에서 급격하게 세를 불리던 카모디 부인은 급기야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던 사람들을 신의 노여움을 잠재우는 재물로 바치자고 선동하게 되는데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휘둘리는 대중의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체하다가 아닌 걸 깨닫곤 시무룩해지고, 금세 새로운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마냥 태세 전환을 시도한다. 깔보고 무시하던 사람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 갑자기 열렬한 추종자로 변신한다. 이야기 속 짐이라는 캐릭터는 카멜레온급 변화무쌍함으로 장면 장면마다 다양한 민폐를 선사한다.
우리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경험을 통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 위험을 감지되면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지만 사전 대비를 바탕으로 위기 탈출에 적극 앞장선다. 가만히 머물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마트 문을 박차고 나가는 리스크 감수능력도 있다. 또 기민한 판단력과 솔선수범하는 모습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는다. 이런 동료들의 지지와 조력은 여러 위기를 돌파하는데 큰 힘으로 작용하는데, 데이비드야말로 '미스트'와 같은 위기극복의 적임자로 비친다.
사실 이야기 초반에 홀로 안개에 뒤덮인 마트를 나서는 아주머니가 있다. 집에 두고 온 어린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길을 나서는 것이다. 마트 안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안갯속 괴물을 두려워해 동행을 거부한다. 원망 섞인 말을 남기고 안갯속으로 사라지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면 그녀야 말로 카모디 부인이 숭배하던 신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의 눈빛은 이렇게 얘기한다.
'미스트' 이야기의 3가지 버전
스티븐 킹의 소설 '미스트(1980)' - 짤막한 단편 소설로 제목처럼 모호함을 유지한다. 안개에 대해서든 괴물에 대해서든 제한된 정보만 간간히 제공되기 때문에 공포감이 증폭되기도,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어렴풋한 희망이 제시된 채 결말을 맺는다.
프랭크 다라본트의 영화 '미스트(2008)' - 역시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원작 소설이 불확실한 미래지만 희망의 냄새를 풍겼다면, 영화는 운명의 장난이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잘하는 분이라면 충격이 2배 이상일 것이다. (밤새 작성한 보고서를 저장하기 전, 정전된 기분이랄까)
크리스티안 토르페의 넷플릭스 시리즈(10부작) '미스트(2017)' - 시즌2 제작이 취소됐다. 다른 말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