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아니면 2045년?
탄생한 지 138억 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 우주는 깨어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우리 인간은 아직도 무엇이 빅뱅을 일으켰는지, 빅뱅이 정말 모든 것의 시작인지 아니면 이전 단계의 속편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빅뱅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꽤 상세하게 이해하게 됐다. 고품질의 측정 데이터를 통해 138억 년 우주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였고, 그중에는 생명의 흔적도 있었다.
생명은 진화의 방식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라이프1.0은 약 40억 년 전 도래했고 라이프2.0(우리 인류)은 약 10만 년 전 등장했으며 라이프3.0이 다음 세기 중에, 이르면 우리가 사는 동안에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1996년 딥블루, 2016년 알파고에서 2022년 chatGPT까지 발전한 인공지능은,
생명을 우리가 지금까지 마주친 종으로 한정해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생명을 매우 넓게 정의해, 자신의 복잡성을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하자. 복제되는 대상은 물질(원자)이 아니라 정보(비트로 이뤄진)이고,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원자가 배열되는지 패턴을 정하는 정보이다.
달리 말하면 생명은 자기 복제를 위한 정보 처리 시스템(패턴)으로, 정보(소프트웨어)가 해당 개체의 행동과 하드웨어의 청사진을 결정한다.
만약 진화가 점점 복잡도가 높은 패턴을 창조해가는 과정이라면, 세계의 역사는 근본적으로 패턴의 진화로 설명할 수 있다. 진화는 우회적으로 작동한다. 어떤 능력을 창조한 뒤 그 능력을 이용해서 다음 단계로 진화한다. 진화의 역사는 여섯 시기로 나누어진다.(생물학적 진화와 기술적 진화 모두)
제1기 물리 현상과 화학반응(정보가 원자 구조에 있다)
빅뱅 이후 수십만 년이 지났을 때,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 둘레의 궤도로 전자가 끌려들어 오면서 원자가 형성되었다. 그로부터 수백만 년 후, 원자들이 모여서 분자라고 불리는 비교적 안정된 구조가 만들어지자 비로소 화학이 탄생했다. 모든 원소들 중 가장 쓰임새가 풍부한 것은 탄소였다. 복잡하고 정보가 풍부한 삼차원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2기 생물학(정보가 DNA에 있다)
수십억 년 전, 탄소 기반 화합물이 점점 더 복잡해져서 자기 복제 능력을 갖춘 분자들의 복합체로 발전하였고, 드디어 생명이 탄생했다. (라이프 1.0 : 생존과 복제가 가능) 라이프 1.0은 진화 실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정교한 디지털 기법(DNA)을 발전시켰다. 다만 라이프 1.0은 살아가는 동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다시 설계하지 못한다. 둘 다 DNA에 의해 결정되고 여러 세대에 걸친 진화로만 변한다.
라이프1.0(생물적 단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진화
제3기 뇌(정보가 신경 패턴에 있다)
세 번째 시기에는 DNA가 안내하는 진화에 의해 감각 기관을 이용해 정보를 인지하고 그 정보를 뇌와 신경계에서 처리하고 저장할 줄 아는 유기체가 만들어졌다. 시작을 알린 것은 동물의 패턴 인식 능력이었다. 지금도 우리 뇌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업이다. 궁극적으로 인류는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추상적 정신 모델들을 창조하고 이 모델들의 의미를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라이프 2.0: 자신의 소프트웨어 설계 가능) 라이프2.0은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역량이 있어, 라이프1.0보다 훨씬 영리하다.
우리 인간은 학습으로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얻는다. 최종적인 지적 능력이 DNA를 통해 전해지는 만큼으로 제한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라이프2.0(문화적 단계): 하드웨어 진화, 소프트웨어의 많은 부분 설계
제4기 기술(정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에 있다)
이성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력과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손을 겸비한 인류는 네 번째 시기이자 우회적 발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기술의 진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 진화는 간단한 도구로부터 시작해서 정교한 자동 기계 장치(예 자동차, 컴퓨터)들로까지 발전했다. 결국 기술은 정보의 정밀한 패턴을 감지하고, 저장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우선 우리가 도구를 만들면, 다음엔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 - 마셜 맥루언
제5기 기술과 인간 지능의 융합(특이점이 온다)
우리 뇌에 축적된 광대한 지식이 더 크고 빠른 역량과 속도, 지식 공유 능력을 갖춘 기술과 융합하는 특이점이 올 것이다. 이 시기는 처리 속도가 몹시 느린 인간 뇌의 한계를 극복할 뿐 아니라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얻은 지능을 보존하고 강화하게 될 것이다. (라이프 3.0: 자신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설계 가능) 라이프3.0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도 극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세대를 지나 서서히 진화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라이프3.0은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돼 마침내 진화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라이프3.0(기술적 단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
제6기 우주가 잠에서 깨어난다(특이점 이후)
특이점 이후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의 뇌에서 유래하고 기술적으로는 인간의 창의력에서 유래한 지능이 온 물질과 에너지에 속속들이 스며들 것이다. 지능은 물질과 에너지를 재편하여 최적의 연산 수준을 달성해가면서 지구로부터 먼 우주까지 뻗어갈 것이다. 여하튼 '멍청한' 물질과 우주의 에너지들은 결국 장엄한 지능으로 바뀌어 빛나게 될 것이고, 이로써 정보 패턴 진화의 마지막 시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생물이라는 인간 본연의 조건마저 뛰어넘을 미래, 바로 그 초월의 시점이 '특이점'이다. 가속적으로 발전하던 과학이 폭발적 성장의 단계로 도약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낳는 순간이다.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에 따르면,
특이점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고,
그 시점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리 멀지 않았다.
그 촉매제는
GNR(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및 인공지능) 혁명과 '(기술)수확 가속의 법칙'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자원량이 증가하고 비용 효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 증가 속도가 커진다. 정보기술의 경우에는 기하급수적 증가가 이중적이다. 즉 기하급수적 증가 속도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만약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이 발전을 주도한다면 발전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특이점에 급격하게 빨리 도달할 정도로...
진화의 계보는 변화에 대한 지배로 묘사될 수 있다.
우리 시대에는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 칼 세이건
어떤 사람들은 최소한 현재 우리의 이해력으로는 특이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를 볼 수 없고,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변화를 특이점이라고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레이 커즈와일의 예측에 귀 기울여보자.
그는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발명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예측은 세세한 시기나 강도는 틀릴지 몰라도 방향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참고: 레이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어를 구사하는 시기를 2029년(튜링테스트 통과), 특이점이 오는 시기를 2045년 전후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