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
촬영기법 중 180도 상상선이라는 게 있다. 180도의 가상의 선 한쪽에서만 카메라로 찍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95% 이상의 영화가 이 선을 지키며 영화를 찍고 있다. 그래야 관객이 헷갈리지 않고, 시선이 그대로 일치되며, 화면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볼지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심리적으로 동화되는 게 가능해진다.
'지혜를 가진 AI로봇과 함께할 미래 예상도'에도 180도의 상상선이 존재한다. 예상이 내가 그리는 미래의 범위 내에서 보였을 때, 혼란스럽지 않고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짐작건대, 호모 사피엔스(지혜를 가진 인류)와 로보 사피엔스(지혜를 가진 로봇)가 맺게 될 사회적 관계는 대충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로봇이 사람보다 영리해져서 인간을 지배
둘째, 로봇이 인간의 충직한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주종 관계
끝으로 사람과 로봇이 공생 관계를 형성하여 서로 돕고 삶
우선은 편안한 180도 상상선의 초록색 쪽 이야기를 해보자.
(생물학적-문화적-기계적)
우리는 부분적으로는 생물학적 존재이고
부분적으로는 문화적인 불안정한 혼혈아다.
수십 억 년 동안 우리의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내부에서 혹독하고 가열찬 경쟁을 통해 더 지혜로운 존재로 진화해 왔다. 그 진화를 이룬 승자의 내부 쿠데타를 '유전적 인계'라고 부른다. 최초의 유전적 인계는 결합이 용이한 탄소 분자가 점점 더 큰 범위에서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유기체로 진화한 것이다. '생명'의 탄생이다. 인간은 거의 전적으로 유기적인 유전자에 의해 규정되는 유기체로부터 진화했다.
두 번째 인계는 약 1억 년 전 하나의 유전자 라인에서 우연히 특정한 행동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개체가 잉태될 때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대신에 살아가는 동안 먼저 태어난 개체로부터 배울 수 있는 능력으로 대체하게 되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문화'의 탄생이다. 지난 1만 년 동안 인간 유전자 풀 내에서의 변화는 인간 문화에서 눈덩어리처럼 커져가는 진보와 비교할 때 대수롭지 않았다.
우리 문화는 여전히 생명체인 인간에게 철저하게 의존하고 있지만, 문화의 주된 산물인 기계가 문화의 유지와 계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조만간 기계는 아무런 도움 없이 자신의 유지, 복제, 개선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 유능해질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새로운 유전적 인계가 완성된다.
유기체에 곤충부터 인간까지 다양한 층위가 있듯이,
로봇에도 곤충 수준부터 인간 수준까지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
20세기 로봇은 곤충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었다. 21세기의 1세대(~2010년) 로봇은 도마뱀, 2세대(~2020년) 로봇은 생쥐, 3세대(~2030년) 로봇은 원숭이 수준인데, 전 세대와 다른 점은 스스로 학습하여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 지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언제쯤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이 생길 것인가?
로봇 가사도우미로부터 나오는 경제적 이득은 산업용 로봇의 가치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게다가 복잡한 집안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하기란 통제 가능한 공장 환경에서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결국 그런 기계에 있어서 최초의 메이저 시장은 공장이 될 것이다. 다용도 로봇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능에 있어서 최소 수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일을 할 최초의 로봇은 모든 일, 심지어 대부분의 일을 아주 잘할 필요는 없다. 손익분기점에 이르기까지 특화(최소의 복잡성, 최적의 배터리 소모, 비전을 통한 주변 인식, 범용성 있는 손 구조)가 로봇의 기준이 될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수량을 팔 수 있는 표준적인 디자인으로 나아가게 되므로 잠재 시장은 충분히 커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지금의 AI스피커처럼 '저렴하고, 대량 생산되며, 양질인 로봇'이 집집마다 보급될 것이다.
4세대(~2040년) 로봇은 사람처럼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기계가 될 텐데, 일단 4세대 로봇이 출현하면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기 시작할 것이다. 모라벡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 이후 지구의 주인은 인류에서 로봇으로 바뀌게 된다. 모라벡은 이러한 로봇을 '마음의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 그렇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들의 자식일 것이다. - 마빈 민스키
문화적 인간에서 초지능로봇으로의 유전적 인계는 '인류의 멸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격적 동일성을 상실하지 않고 기계의 유리한 점(우월한 메모리, 계산력, 확대된 소통 범위 등)을 모두 소유하는 과정이다. 오래 살아남기 위한 적합성을 부단히 키우기 위해 인간은 재프로그램되어야 한다. 누구도 평생토록 어린아이 때 가졌던 그대로의 지식, 기억, 사고, 기술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듯이, 인간은 변화, 성장해야 하고 우리의 인공 후손에게도 이 가치는 공유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로봇으로 이식되면 사람이 말 그대로 '새로운 형태'로 바뀌게 된다. 로봇 안에서 사람의 마음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마음이 사멸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우리의 마음을 물려받은 자손인 기계는 더 큰 우주 내에서 거대하고 근본적인 도전에 맞설 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느리게 진행되는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다. 생명체로 이루어진 우리의 세계가 우리에 앞섰던 생명이 없는 화학의 세계와 다른 것처럼, '지혜로운 로봇'이 이끌어 가는 후기생물적 세계는 우리 세계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가장 빠른 확장과 다양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주도적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