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의 영향
생물학적 진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두 번의 '강력한 도약'이 있었다.
첫째는 원핵생물들이 진핵 박테리아로 진화한 것이고,
둘째는 진핵생물들이 다세포 생명체로 발전한 것이다.
인류 역시 그런 변화를 겪을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 레이 커즈와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가장 단순한 경로가 꼭 자연 진화의 과정일 필요는 없다. 자연 진화는 스스로 조합하고, 복구하고, 재생산하는 등의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약이 있다. 자연 진화는 또 식량 공급이라는 제한 조건 아래에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반면 인간 엔지니어는 이해하고 제작하기 쉬운가에 따라 최적화한다. 이 과정은 매우 에너지 효율적이면서 고난도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진화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유전자(Genome), 나노기술(Nano Tech), 로봇(Robot) 3가지 기술을 이용하게 될 텐데, 이들 기술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에 가히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G 혁명은 질병과 노화, N 혁명은 생물학적 육체, R 혁명은 생물학적 지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줄 것이다.
G(유전자) 혁명
인간의 유전자 구성을 통제한다고 하면 보통 '맞춤 아기' 탄생을 떠올린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의 진정한 가치는 성인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 암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는 이유는 면역 반응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해서이다. 목표물에 정확히 작용하는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암의 항원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만약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는 세포들의 기존 능력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새로운 작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도록 얼마든지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라는 장치를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면 복제를 통해 생물 고유의 재생산 능력을 써먹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인간을 복제하기보다 '치료용 복제'의 형태로 수명 연장 차원에서 쓰일 것이다. 인체는 원래 정기적으로 세포들을 갈아치우고 있으니, 기왕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진 오류투성이 세포 대신 생기 있는 젊은 세포로 교체하면 안 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한계와 위험
인간의 육체나 뇌는 어느 정도의 가소성(변화가능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비교적 고정된 구조에 불과하다. 생물학적 유전자는 단 한 가지 재료, 즉 아미노산 사슬이 접혀 만들어지는 단백질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적화 설계'에 제약이 따른다.
또 G 혁명은 질병과 노화라는 인류의 오랜 숙원을 풀겠지만 생물학 바이러스 무기라는 새로운 위협을 양산할 수도 있다.
N(나노 기술) 혁명
무한히 작은 것의 역할은 무한히 크다. - 루이 파스퇴르
생물학의 한계를 넘게 해 줄 것은 N 혁명이다. 나노기술은 우리 몸과 뇌를 포함한 물리 세계 전체를 분자 수준으로, 나아가 아마도 원자 수준으로 재조립하는 도구를 쥐어줄 것이다. 또 물질과 에너지를 극도로 미세한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다루기 때문에, 소비 효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요 에너지양을 굉장히 낮춰줄 것이다. 전자공학은 벌써 이 수준에 들어서 있는데, 아직 3차원 구조를 갖지 못했고 자기 조립 능력이 없을 따름이다.
한계와 위험
나노봇은 인간 혈구만 하거나(7~8미크론) 그보다 작은 로봇이다. 고속 원격 통신을 이용하여 자기들끼리 연락을 주고받고,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관장하는 중앙컴퓨터와도 통신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나노봇이 스스로 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노기술의 안전성에 많은 우려가 쏟아지는 것도 그렇기 때문이다. 막대한 수의 나노봇들을 적당한 비용으로 만들어 내려면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는 자기 복제 방법을 써야 할 테고, 그러면 경제적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자기 복제 과정이 엇나가기 시작할 경우 매우 심각한 위협이 야기된다. 가령 암이 생기면(자기 복제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 생물학적 파괴 국면이 야기되듯, 나노봇 자기 복제를 통제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지구상 모든 개체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다.
R(로봇) 혁명
N 혁명이 충분히 발전하면 생물학적 사고에 대한 대비를 갖출 수 있겠지만, 이번엔 자기복제하는 나노봇으로 인해 위협을 겪을 것이다. 그런 사고에 대비하려면 R 혁명을 충분히 발전시키는 수밖에 없다. 특이점을 뒷받침할 세 가지 주된 혁명들(GNR) 중에서도 R(로봇)은 가장 심원한 혁명이다. 이것은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는 비생물학적 지능의 탄생을 뜻한다. GNR이라고 할 때 R은 로봇공학을 의미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강력한 AI(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다. 그런데도 로봇공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능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육체, 즉 물리적 실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 지능에 대한 완벽한 모델이 구축되면 기계는 양쪽 세계의 장점들을 취한다. 유연하고 미묘한 인간적 패턴 인식 능력에다가 기계 본연의 장점, 즉 빠른 속도, 엄청난 기억 용량, 무엇보다도 지식과 기술을 쉽게 공유하는 능력까지 갖출 것이다.
한계와 위험
강력한 인공지능이 있으면 유해한 나노기술을 막을 수 있다. 파괴적 기술보다 앞서 방어기술을 발전시키는 일을 도와줄 만큼 똑똑할 테니까. 하지만 이것도 그 지능이 우리 편이라 가정할 때의 얘기다.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과학자가 어떤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아마 그 일은 생각보다 훨씬 먼 미래에 현실화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가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아마 그것은 틀린 말일 것이다. - 아서 C. 클라크
미래 기술의 영향을 고민해 온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3가지 반응을 보인다.
첫째는 오래된 골칫거리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데서 오는 경외와 놀라움, 둘째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심각한 위험들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은 우리가 책임감 있게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며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심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라는 깨달음이다.
기술의 '나쁜' 부분을 제거하고 '좋은' 부분만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떤 수준에서 기술을 포기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바람직하면서도 가능한 기술 포기의 수준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기술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이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더는 안 돼'라고
인정할 만한 중간 단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닉 보스트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