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명상록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972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구백 칠십 이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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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글을 보아하니 하루 만에 끝나서는 아니 될 글 같았다. 스토아 철학의 가치가 패스트 푸드처럼 소비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최후에 대해 서술하지 못했는데 결국 그 또한 역병에 걸려 숨지고 만다. 탈진한 몸으로 다시 북방의 국경으로 가 이민족과 싸우던 그는 진통제로써 아편까지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가 떠나고 명상록은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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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에게도 명상록은 유효하다. 그리고 각자 자신만의 명상록이 필요하다. 운명이란 파도 앞에 맞서는 인간의 고군분투. 몸과 마음을 지켜내기 위하여 고요히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과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는 일분 일초 단위로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듣고 보는 것은 달라지고 체험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그것을 마저 소화할 시간은 용납하지 않는다.


매일 일과 집을 반복하는 사람 말고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보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또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맞추어 마음 만큼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서 쉬고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여유로운 것 같지만 결코 여유롭지 않다. 왜냐하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으며 그 시간은 무엇을 하든 계속 흘러가니까. 그러므로 모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풍경을 바라 볼 여유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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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일기는 판단과 방향의 고정장치라 할 수 있다. 물살이 세면 나도 모르게 배는 방향을 바꾸어 쓸려가게 되지만 잠시 닻을 내려 지도를 보고 핸들을 붙잡고 다시 방향을 틀 시간을 가지는 것. 아우렐리우스는 사방에 시체가 쌓여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고향과는 다르게 날씨도 엉망인 전쟁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전염병까지 시달린 채 탈진한 심신의 에너지로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를 숙고했다.


현대인들이 전염병도 시체도 물 그리고 음식도 안 맞는 먼 곳에 있는 건 아니지만 아우렐리우스가 처했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마음은 전쟁터요, 곯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많으니 판단할 것도 많고 선택해야할 것도 많다. 그러므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만,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만, 내가 받아들 일 수 있는 것만 가지고 살아가는 삶.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대로 사는 삶. 그것이 역병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전쟁터에 나가던 황제의 태도였다.



972회 오늘의 해석 : 눈은 두 개인데 보이는 것은 많으니 마음이 전쟁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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