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24
벽돌시리즈 백이십 사 번째
삶에서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살맛 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예전에 기대가 당위적인 것으로 변해버리면 해롭다는 글을 썼지만 그렇다고 기대 안 하고 사는 삶조차 생각할 수 없다. 흔히 살맛 난다는 것도 기대 혹은 기대에 따른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여러분들은 현재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가? 본인의 단기목표나 장기목표에 어떤 것을 기획하고 있는가?
나도 장기목표나 단기목표는 그리고는 있지만 무엇보다 이번 한 주가 기대된다. 아니 그냥 내일이 기대된다. 드디어 준비하던 것을 하는 날이라 과연 잘하고 올 수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왠지 재밌을 거 같다. 그 부분은 마케팅(?) 차원에서 내일 일기에서 발표하도록 하고 오늘도 다시 연습 좀 해봐야 할 거 같다. 예전에 모임을 처음 만든 그 새벽에도 이런 것까지 하게 되리란 생각은커녕 그냥 나랑 맞는 사람 몇 명 정도 있었으면 좋겠거니 시작한 아주 소박한 목표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크게 질러놓고 하다가 꺾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작게 질러놓고 조금씩 하다가 그때그때 커지는 것이 훠얼씬 내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새해라고 뭐 거창한 것도 필요 없을 거 같다. 과거를 보노라면 내 책상 앞 코르크보드에 색 바랜 A4사진들이 압정으로 붙여져 있다. 보물지도라는 이름으로 내가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장기목표에 대한 이미지를 뽑아서 붙여놓은 건데 내겐 효과가 없었다.
진짜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어떤 식으로 할지 머릿속으로도 이미 새겨놓고서야 소망으로 표시할 때 그게 의미 있는 것인 듯하고 행동으로 보이지 않으면 똑같다. 결국 반복되면 자기 신뢰에 흠이 갈 수밖에 없어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신뢰회복의 차원에서라도 작게 시작하는 것이 훨씬 내게 맞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목표가 커지면 그에 합당한 조건과 해야 할 것들도 풍선처럼 비례해서 어느 순간 하루하루 해내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원대한 꿈이나 소망을 포기할 순 없다. 나는 오히려 이상주의자이기에 희망고문 혹은 헛된 희망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추구하다 삶을 마감하더라도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행복은 자기 주관이며 결국 자기만족이므로 자기가 추구하는 것을 쫓으며 사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 생각해서다. 현실을 탓하며 "헛된"이라 이야기하며 희망에 대해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가끔 생각나는 것은 그렇다고 탓만 하고 목표를 이루지 않겠다는 일정 부분의 자기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소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결국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아웃풋이 나와야 그것이 성공이라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수많은 시간 그리고 무수한 삶들 속에 그런 이상이나 꿈을 좇으며 하루하루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이들을 보며 실패했다거나 아쉽다는 평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싶다. 흔히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거창한 표현일진 모르지만 그런 과정을 이루면 당연히 좋은 것이지만 못 이루더라도 분명 누군가는 그의 삶에 남긴 진정성에 감화되어 영향을 받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죽은 사람들은 그들 입장에선 어차피 그건 알바도 아니고 알지도 못한다. 그냥 자기 살아있을 적 그 과정이 맞다고 생각해서 계속 살아왔기에 자기만족대로 살아간 것이라고 나는 정의를 내리고 싶다. 여하튼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냉혹한 현실에 갈대 같은 삶보다는 냉혹한 현실에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끔 변화도 시도하고 가지 않은 길로 가보다가 이내 끝이 다다르더라도 그런 삶이 더 감동적인 삶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