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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Feb 28. 2024

타인의 무기력을 들으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9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구십  번째


무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방금 모임에서 나왔다. 원수 같은 무기력이기도 하지만 발제 멤버는 무기력이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것보다는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생기다 자연히 흘러가는 관찰하는 자세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들은 어떤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누구나 무기력을 겪거나 겪은 경험이 있다 보니 취미활동으로 풀려고 한다거나 사람을 만나서 해소한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내 차례가 와서 이야기를 하는 데, 미스터 무기력답게 내 경험을 비추어 개인적인 생각을 건넸다. 무기력이 어디서 나한테 찾아오는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고 의외로 정의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짚고 넘어가다 보니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발제 멤버의 말대로 제삼자가 된 것처럼 어쩌면 극복의 대상보다는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인을 안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문제인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다른 분들은 일상에 닥쳐오는 무기력을 어떻게 해소하거나 이겨내고 계시는가?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발제 멤버의 사연은 하도 사람한테 시달리다 보니 사람에 이골이 났다는 입장이었는데 도리어 사람으로 무기력을 푼다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살아가면서 계속 사람을 안 만날 순 없고, 싫다고 안 만나는 것도 아니고 좋다고 안 만나는 것도 아니라서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는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여전히 사람한테 위로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모 멤버는 사람에 시달려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때 아예 사람 없는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간다며 자기를 성찰하고 다시 속세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했다. 무기력이 가져다주는 이점도 있다. 무기력이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 실컷 달리다 잠깐 도로에서 나와서 점검하는 레이스 차량처럼 그런 시간을 주는 듯했다. 휴식이면서 관찰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 무기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무기력이 독이 되는 경우는 대부분 그런 자의식이 과잉되어 스스로에게 투영하다 보니 반추(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는)하고 후회하고 자책하는 경우도 많아 에너지를 빼앗기고 생각은 꼬리에 물다 보니 어느새 현실감각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진다. 즉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평가하는 순간도 생기다 보니 무기력에 빠지다 보면 왜 늪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체감이 온다. 한번 빠지면 계속 들어가게 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곳.


그래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가끔 사람에 지치거나 외부적인 변수로 인해 압박이 심해서 잠깐 자기를 정비하는 시간으로서의 무기력이 이점으로 작용하지, 또 다른 경우는 시간이 오히려 더욱 늪에서 블랙홀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우울감이 어느새 우울증이 되어간다거나, 관찰이 아니라 방치하다 보니 문제가 더욱 커지는 그런 경우들 말이다.


원인은 어느 정도 알고 내가 왜 무기력했는지 안다고 해도 무기력을 풀어가는 방법은 정의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방법도 정말 달라지기에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은 무기력을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이며 뭐 자연스레 무기력에 빠지다 보면 초창기에 자기 성찰은 그런 경우에서 원인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치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 있기에 시간이 흘러 자연 복귀되는지도 지켜볼 포인트인 것 같다.


정의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각자 다양하게 있을 것이지만 군인 멤버가 했던 말이 나와 똑같은 생각이고 나는 그게 정답이라 생각한다. 억지로라도 해보는 것. 억지라는 것도 안 했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서 비추어 보면 안 했던 것을 하는 그 상황이 불편하고 억지인 것이지. 하다 보면 그 억지가 자연스러움으로 변하는 것은 결국 자기가 억지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에서 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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