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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10. 2024

어떻게 지내셨어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07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칠 번째



뭘 어떻게 지내 똑같지. 괜히 누워있다 퉁명 한번 부려본다. 코는 부어있겠다. 먹어도 씹고 뜯고 해도 맛보질 못하니 문뜩 한 방울이 떨어진다. 아 눈물 말고 콧물이. 가끔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본다면 그리 거창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열심히 살아간다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길래 열심히 살아갈까? 예전에는 문득 하교 후 길을 걸어가면서 하늘에 저녁노을이 뿜어지며 저 수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저리 열심히 살아갈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빌딩의 각층 불은 켜져 있고 학원가로 빽빽한 건물들에선 잠과 놀이대신 아이들이 공부를 배우고 독서실로 달려가 복습까지 하곤 한다. 내가 제일 싫어했던 야자학습도 가뜩이나 하기도 싫은데 억지로 잡아놓으니 반발도 더 심했고 우리나라 교육은 답이 없다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그리고 학교 다니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흔한 상상중 하나였던 학교가 무슨 일이 생겨 휴교하는 바람을 항상 하곤 했었다.


그리고 졸업을 하곤 추운 날씨와 함께 여전히 긴장한 채로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학교의 개학식을 참석하게 되고 다니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불안이 더 컸다. 어느새 누가 챙겨주는 사람 없이 알아서 다 해야 하는 경우도 부모님이 옆에서 일일이 하지는 않더라도 그간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냥 하고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하니 순간의 단절이 참으로 난감하기도 했다.


그래서 초창기 군기잡던 선배나 별 미친X 같은 조교가 그때 당시에 있었는데 우리 학과생들을 집합시켜 놓고 "지방대 나와서 성공 못한다"라는 일장일단의 연설을 하는 자기 열등감을 분풀이하는 인간이었다. 어느 날 성적을 물어보고자 갔더니 뭐 하러 알 거냐며 코치코치 물어보냐는 식으로 몰아붙이자 눈물이 핑 도는 나는 가만히 서 있었고 그제야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작은 사회 혹은 눈앞이 가려진 생활이라는 게 참 위험한 것이구나라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학교의 습한 옛날 벽과 계단을 보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좌절감과 무기력은 배가 되었던 것 같다. 아직 아이 같은 마음이 있었던지라 그때 당시 서울로 대학을 간 또래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20대 다시 재수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서울대 그리고 연세대를 랜드마크 삼아 갔다 온 적이 있는데 들어가 보지는 않았으나 동화 속 건물 같은 교정을 거닐고 있으면 안 되던 공부도 될 것 같은 뭔가 자부심이 너무 부러웠었던 것 같다. 그 자부심이라는 게 살아오면서 계속 명문대가 모든 학생의 희망으로 부여됨을 세뇌당해 온 건지는 모르나 여하튼 그랬다.


결과적으론 바라는 대로 되진 않았지만 지금은 내 갈길이 있다고 생각하니 굳이 연연하고 집착하지 않는 게 이로운 것 같았다. 모든 불안감과 좌절감이 그 학교를 들어가기 만 한다면 해방될 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해방감을 가지기 위해 몇 년을 굳이 거기에 몰입하지 않아도 되었고 명문대 타이틀로 얻고 싶은 게 단순히 그것인지 아니면 그걸 통해 다른 것을 이루는 활로 개척인지에 따라 본다면 여러 과정 중에 하나인 셈이니 어느 순간 내려놓고 가까운 곳으로 편입을 결정하게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중간성적이면 평균이 4,5등급이라고 하듯 모두가 1,2등급이 평균으로 생각하고 거기서도 또 우열을 나누게 되니 나머지 학생들은 사회 첫 시작부터 불행을 깔고 가야 하는 것인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내가 조교가 그때 당시 대학생활의 유일한 정보제공자라고 생각하듯 하나의 길만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내가 아닌 사회가 부여한 기준에 대해 과감히 탈출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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