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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08. 2024

혁명이 힘든 이유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0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오 번째



보통 우리는 프랑스혁명을 바스티유 감옥 습격과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는 것까지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하여 프랑스 혁명은 민중이 일으킨 그리고 민주주의가 성장하게 된 의의가 있는 혁명이라 생각하지만 나도 또 다른 사실을 모른 채 레미제라블을 읽었을 때 사회상이 왜 이리 복잡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읽고 나서 시간이 흘러 프랑스혁명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혁명이 왜 그렇게 힘든지도 덩달아 느끼게 된 것 같다.




기원전까지 합쳐서 지배층의 친위쿠데타든 민중의 혁명이든 그러한 사건은 많지가 않고 설령 있더라도 상당히 후유증이 심한 편이었다. 프랑스는 왕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였고 가톨릭을 중심으로 사회가 돌아가고 있었으나 이들의 병폐를 체험했던 많은 지식인과 동조한 국민들이 프랑스 혁명으로 들고 일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가 사형을 당하고 난 후 정치적 파벌의 난립과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시작되었다.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어났던 이상주의 지식인들이 어느새 기존 왕정과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한국인 대다수가 알지 못하는 방데 학살은 혁명의 암울한 흔적을 보여준다. 당시 서부지역에 위치한 방데는 가톨릭사제들이 방데 민중과 함께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정서는 기존 왕권적 질서와 가톨릭 신앙이 여전히 깊게 남아있었고 혁명파의 급진적인 개혁중 프랑스 내에 가톨릭 교단의 모든 재산을 몰수한다고 명령하자 좋든 싫든 방데 지역의 농민들과 사제들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구조였으니 이 조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압제였다.


그래서 혁명을 반대하는 봉기도 곳곳에서 일어났지만 이미 혁명파가 프랑스 전 지역을 장악했기에 방데 주민들은 격파당하고 끔찍하게 학살당하고 만다. 그때 당시의 참상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혁명의 가치에 전적으로 위배되는 범죄였지만 단지 "혁명"이라는 이유로 방데지역만 해도 20만 가까이의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로베스 피에르가 꿈꾸던 이상을 펼치기 위해 더 나아가 가톨릭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신론을 견제하기 위하여 최고존재의 제전이라는 종교를 만들어 법률이나 이성이 구체화된 절대자를 숭배하는 신흥종교를 만들어 프랑스를 통합코자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본인이 옳다 생각해도 그 이유를 사실 주입식 교육처럼 교육을 시키던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설득을 끊임없이 시켜야 했으나 혁명 지도층끼리 혁명관, 밥그릇 싸움이 계속되면서 천년이 넘도록 윤리와 관습, 문화와 전통을 부여해준 가톨릭을 뿌리 뽑겠다고 하는 신흥종교에 파리 시민들 조차 제전 집회 때 로베스피에르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로베스 피에르도 마찬가지로 난투를 벌이다 총이 턱을 날려버린 채 머리를 대충 꽁꽁 싸맨 채로 1년 전 루이 16세와 같이 목이 날아가고 만다.




프랑스혁명에 대한 로망을 가진 사람들은 민중의 혁명 그리고 고귀한 이상의 실현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내막을 파헤치노라면 급진적이고 과격한 방법이 결국 반동을 낳아 황제 나폴레옹이 등장하게 되는 역사적 배경까지 보게 된다면 역동적인 혁명이 가져다주는 부작용은 되레 민중의 삶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것도 무수히. 왜냐하면 오늘날 아프리카 독재자들도 처음엔 민중의 자유를 외치고 자유해방을 기치로 제국주의 외세를 물리치고자 싸웠던 국가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독립하자마자 차라리 그때가 나았을지 모르는 지옥의 독재정이 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입 한마디 뻥긋하다가 사라지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존의 현상도 초창기에는 많은 트러블이 있었고 시간이 계속 흐르고 묵묵히 자라며 뿌리를 내리고 밭이 넓어지는 식물처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안정화를 시켜나갔다. 그래서 변화라는 것도 뿌리내린 기존 관습과 현상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기존의 시간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 그리고 변화에 따른 완충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성공적인 혁명의 절대조건인 셈이다.


유럽이 산업화 근대화를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정치적으로 안정되기까지 저런 일련의 과정들이 한순간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 또 나름대로 유럽과는 다르게 미국은 혁명이라 부를만한 독립과 건국은 초창기까지 스무스해 보였지만 우리가 알던 남북전쟁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하며 이때 링컨이라는 사람도 나타나게 된다. 미국인들은 결국 서로간의 피를 보며 어느 한쪽이 끝날때까지 싸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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